암 정밀의료의 미래와 임상시험

  • 등록 2019.12.09 15: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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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의학 (precision medicine)이란 , 환자마다  다른  유전체 정보 및  병력 등의  임상정보와 생활습관정보 등을 토대로  환자를 분류하고,  이를 고려하여  질병의 예방이나  진단,  치료 등 최적의  맞춤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 패러다임을  일컫는다.


이는  질병  치료나  예방 전략의  개발 시에 개인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일률적인  (one-size-fit-all) 접근’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일률적인  접근으로  치료 시에 일부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거나, 약물  부작용과  내성등으로 인하여  고비용 저효율의  치료 전략인  것에  비하여,   암 정밀의학 (cancer
precision medicine)이  실현되는  경우, 치료 효과가  보장되는  일부 환자에게  적절한 표적치료 (targeted therapy)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되어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암 조직의   90%에서는  적어도  1개 이상의  체세포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물론  실제로 타겟이 되어 치료를  할 수 있는   체세포  유전자 돌연변이 (actionable somatic mutation)의  수는  이보다  훨씬   적지만, 치료가  가능한  타겟 유전자의  증거가 점차  쌓이게 되어  실제 임상에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1990년대만  하여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전체 생존기간이 8-10개월에 불과하였으나,  EGFR 표적치료제의  개발과  해당 신약 개발로  현재는  전체 생존기간이 20-33개월을 넘어서고 있고, 치료를  받는 과정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여  삶의  질이  월등히  개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ALK표적치료제  신약인  alectinib의  경우 전체 생존기간을  위한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모이지 않았지만,   4년 이상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64.5%에  이를 정도로  이전에 알고 있던 폐암의 예후에 대한 선입견을  뒤집는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BRAFV600E  양성 흑색종에서의  BRAF/MEK  표적치료제의 개발 및 적용도 상당한 임상적 이득을 주고 있다.


치료 가능한  유전자와  약제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서  암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검사해야 하는  체세포 및  생식세포 유전자의 수도  많아졌다.   또한  같은 종양 내에서도 부위에 따라  유전자 돌연변이  상태가 다를  수 있는  종양이질성으로  인하여  한꺼번에  많은 양의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대량의 유전자를 병렬식으로 동시에 분석하는 방법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 (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방법이  최근 들어  적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시행될 수있게  됨에  따라 암  정밀의학의  성장이  가속화될  수있었다.   또한   암 조직 뿐만  아니라,  암 환자의  혈액에서   순환 종양  DNA (circulating tumor DNA[ctDNA])에서도  암세포의  유전체 정보 분석이  가능해져,  실시간으로  암환자의  체내  종양이질성과진화 (evolution)로 진한 유전자 변화 추적이 가능하게 되었다.


대량의  신약 개발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대용량  유전자 분석 방법의  발전이  있었지만,  신약의 빠른  임상적용을  위해서는  이를  빠르게  매칭하여 약물을  테스트할  수 있는 형태의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최근 암 임상시험  트렌드 변화의  핵심으로,  이전의전임상,  1상,  2상,  그리고 3상까지  차례로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형식이  아닌 최대한 빠르게  치료 효율에  대한 신호를  검증하고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신약  개발 진행 여부를  빠르게  진행하는 약물의  개념증명 (Proof of Concept, PoC)  임상시험을 선호하게 되었고,  임상시험의  단계가 모호해져  1/2상 임상시험  혹은  2/3상 임상시험을  연달아  시행하게  되거나 1상 임상시험에서  이전에는  독성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1상 임상시험에서도  대규모 환자   등록과 함께  효율성을 시험하는경우도  많고 전통적인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전이라도 치료 효율에 대한 신호가  강력하면  신약신속허가 (accelerated approval)의  경우도  흔히보게  된다.


정밀의료  암 임상시험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많은  환자와  약을 테스트하기  위해 새로운  임상시험 형태가 대두되었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약물 후보를 한번에  시뮬레이션하는  우산형(Umbrella) 임상시험에서는  한가지 암종의  환자들을  NGS 분석  후 유전자 돌연변이에  따라  계층화 하여 각각  다른  표적치료제를  처방하는  임상시험을  말한다.


바구니형(Basket)  임상시험의 경우,  다양한 암종에서  관찰되는 동일 유전자  변이에 대해 단일 표적치료제의 처방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으로,  주로  다양한  암종에서 낮은  유병율로  보이는  유전자 변이에 대한 약제를  테스트할  때  유용하다.


암 정밀의료의  기술적 발전과  빠른 임상 적용및 데이터 수집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유전자 검사와  이를 매칭하여 실시하는  국가 단위의  암 정밀의학 임상시험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어,  미국 NCI에서는  2015년부터  NCI-MATCH trial  을 ECOG-ACRIN 연구자집단의  조율 하에 진행하고  있고,  일본 NCC-EPOC에서는  2013년부터 SCRUM-Japan을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  6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 치료법  개발 (K-MASTER)  사업단이 출범하여 운영 중이다.


K-MASTER  사업단은  암 정밀의료를  통한  국민 건강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정밀의료 기반암  진단· 치료 플랫폼 구축 및 활성화를 통한  맞춤형 의료 확대를 목표로 2017년 6월 출범하여 5년간사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5년 동안  10,000명의  한국인  재발성,  전이성 암환자의  유전체 스크리닝을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사업단에서는  사업 기간 동안  유전자 스크리닝  결과를   바탕으로  20개의  개별  임상시험 수행 및  2,000명의 대상자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암 임상시험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는  대한항암  요법연구회 (Korea Cancer Study Group, KCSG)와  협력하여  프로토콜  개발,  참여기관 모집 및 연구진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약제는 한국 및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에서  새로이  개발 중인  신약의 초기  2상 임상시험도  계획 중이다.


유전체 스크리닝을  진행한 대상자  10,000명의  임상시험 등록률은  총  2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등록 가능한  임상시험이있는  대상자가  선별되는 경우,   연구자에게 알림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본 사업단의  임상시험  등록 가능 여부를  포함하여  참여 가능  임상시험 정보와 해당 유전자 변이 타겟 신약 개발 현황 정보를  제공하는 임상시험  매칭 컴퓨터 프로그램인 MATCH-MASTER를 최근 개발하여 임상시험 등록을  더욱 원활하게  할 예정이다.


현재  K-MASTER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다음 표와  같다.    2017년 시작된   전이성  직결장암환자에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확인된  대상자에게  면역항암제인  아벨루맙 (avelumab) 효과를 확인하는  2상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3개의   임상시험이  대상 환자를  등록 중이며,   올해 내로  3개의 임상시험이  더 개시될 예정이다.


특정 암종대상  임상시험은  폐암 2개,  유방암 2개,  직결장암  1개,  위암 1개이며,  드문 암종으로는  식도암 1개,  요로상피암 1개,  침샘암 1개  등이다.  암종을  제한하지않아  여러 암종이  등록될 수  있는  바구니형 임상시험은 (basket trial) 5개이다.   사업단은   추가적으로  새로운 임상시험을  2020년 상반기  전에    5개를개시할 계획이다.


2017년부터  고형암의 진단  시 NGS 기반 유전자  검사에 대한  선별 급여가  시행되고 있어 각 의료기관에서 NGS를  이용한 암 유전자  패널 검사가  증가함에  따라,  암 환자에서  NGS 기반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정밀의료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비해,  여전히  검출된 유전자가 가지는 의미 등 결과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많고,  치료 가능한  약제의  개발이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국가  단위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들의  데이터들이  일부 축적되어  있으나,  다른  인종의  데이터들이 대부분이고,  희귀암 등의  정보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한국인 암환자  10,000명을  대상으로하는 K-MASTER 사업은  한국인 암환자의  유전적  특징 규명과  이로부터  새로운 암 치료 적용법  개발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임상정보,  치료예후  및 임상시험  정보와도  통합하여  축적되는 대용량의 데이터로부터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어  진정한  ‘맞춤형 정밀의료’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윤지 교수 clinic3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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