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뇌가 생각하고,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며, 팔다리가 움직이는 것 등 아주 기초적인 활동에도 모두 연료가 필요하다. 이 연료를 공급하는 영양소가 바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다. 흔히 ‘탄단지’라고 부르는 세 가지 영양소는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데, 세 가지 모두를 섭취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 간에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영양불균형이 부르는 질환들에 대해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로 부터 알아보기로한다.
탄수화물 불균형과 질환
탄수화물은 인체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다. 특히 뇌와 신경세포는 주로 탄수화물의 기본 단위인 포도당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 오 범조 교수
그러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흰쌀밥, 흰 빵,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 등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2형 당뇨병과 지방간,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이를 하는 등의 이유로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집중력 저하, 두통, 변비, 피로감이 나타난다. 뇌는 포도당을 주요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족할 경우 케톤체를 대체 연료로 쓰게 되는데, 단기간 체중감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간 지속하면 산-염기 균형 이상과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탄수화물은 잡곡밥, 채소, 과일 등 복합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백질 불균형과 질환
단백질은 근육, 장기, 효소, 호르몬, 면역세포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 재료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생겨 낙상 위험이 커지고, 활동 능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진다. 상처회복이 느려지고, 감염에 쉽게 노출되며, 빈혈이나 탈모가 나타나기도 한다. 성장기 아동에게는 성장 부진을, 여성에게는 호르몬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을 주어 질소화합물이 체내에 쌓이고, 신장 기능 저하를 악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단백질 위주의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복통, 장내 불균형, 고질소혈증 같은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일반 성인의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약 0.8~1.0g으로, 체중 60kg인 사람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약 50~60g 정도이고, 노인이나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조금 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방 불균형과 질환
지방은 가장 밀도 높은 에너지원으로, 세포막 구성과 호르몬 합성, 체온유지, 지용성비타민(A, D, E, K) 흡수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여 동맥 내벽에 플라크를 쌓이게 하고, 이는 혈관을 좁혀 혈류를 방해한다.
반대로 지방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지용성비타민 흡수에 장애가 생겨 야맹증, 골다공증, 출혈성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에게는 호르몬불균형으로 생리불순이나 난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지방은 무조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종류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올리브유, 견과류, 생선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검진과 식습관 관리
최근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해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이 조기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질환은 대부분 잘못된 식습관과 관련이 깊다. 검진에서 혈당, 콜레스테롤, 체질량지수가 경계 수준으로 나오면 약물치료에 앞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식습관 관리의 핵심은 균형, 적정, 다양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영양학회는 하루 총열량의 55~65%를 탄수화물, 7~20%를 단백질, 15~30%를 지방에서 섭취하도록 권고한다. 물론 개인의 연령, 활동량, 질환 상태에 따라 이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은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하고, 당뇨병환자는 단순당을 줄이고 복합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섭취해야 한다.
균형이 답!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마치 세 다리로 서 있는 의자와 같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길거나 짧으면 의자가 기울어지듯, 우리 몸도 영양소 균형이 깨지면 건강이 무너진다.
최근 유행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 예컨대 저탄수화물·고지방‧고단백 식이는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하면 영양불균형과 각종 질환 위험을 높인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균형 잡힌 식사다. 탄단지를 골고루 섭취하되, 가공식품보다 자연식품을, 포화지방보다 불포화지방을, 단순당보다 복합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균형, 절제, 다양성은 건강수명을 늘리는 핵심 원칙이다. 매일의 식탁에서 이 세 가지를 기억한다면, 누구나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누릴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