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대한체육회 스포츠의학위원)는 지난 18일 대한체육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25 학교체육진흥포럼’에서, 여성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확대에 걸맞은 성별 특화 부상 예방 체계 마련의 시급성을 제기했다.
이동원 교수는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예방 프로그램은 여전히 남성 기준에 머물고 있다"며, "중·고등학교 시기의 해부학적 변화와 신경근 조절, 호르몬 환경을 고려한 훈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 이동원 교수.
대한체육회 2025학교체육진흥포럼 생중계 화면.
이 교수는 특히 “방향 전환, 착지 동작이 많은 종목에 여성 청소년이 노출될 경우, 신체적 구조 변화와 맞물려 부상 위험이 예측 가능하게 증가한다”며, 이를 단순한 개인 과실이 아닌 예측 가능한 의학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2025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여성 선수 부상 예방 국제 전문가 합의 성명서(Female Athlete Injury Prevention, FAIR)’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세계 최초 여성 특화 부상 예방 기준 마련… 56개 실천 권고안 도출
해당 성명서는 전 세계 109명의 스포츠의학, 운동과학, 보건학 전문가들이 참여해 여성 선수의 부상이 성별 특이 요인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특히 ▲골반·하지 정렬 구조 ▲신경근 조절 능력 ▲생리 주기와 호르몬 변화 등 복합적 생물학적 요인을 반영한 부상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안은 단순한 선언 수준을 넘어서, 5건의 체계적 문헌고찰, 1건의 스코핑 리뷰, 그리고 1건의 개념 도출 연구를 포함해 총 600편 이상의 연구를 종합해 마련됐으며, 최종적으로 훈련·장비·정책·교육·환경 개선을 아우르는 56개 실천 권고안을 도출했다.
훈련은 최소 주 2회, 10분 이상 신경근 워밍업 필수
FAIR 권고안은 특히 ‘훈련 기반 부상 예방’에 주목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등 하지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 2회, 10분 이상의 신경근 워밍업 훈련이 모든 종목에서 기본 프로그램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착지 시 충격 흡수’, ‘감속 동작의 반복 훈련’ 등은 초등학교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점도 명시하며, 예방은 엘리트 선수가 된 이후가 아닌 생애 초기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제 기준은 이제 예방의 ‘시작 시점’과 ‘방법’을 모두 제시하고 있다”며, “학교 체육은 단순한 참여 유도에서 벗어나, 과학적 기준에 기반한 안전 중심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 데이터를 넘어서… ‘젠더 맞춤형 체육’의 출발점
이번 합의안은 단순히 예방 전략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 중심의 기존 데이터 편향 문제를 직접 지적하고 이를 넘어서는 성별 기반 연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실제 전체 142개 권고안 중 83%가 여성 선수에게 반드시 적용돼야 할 내용으로 최종 채택됐으며, 향후 권고안은 ‘살아 있는 지침’으로서 최신 연구 결과에 따라 지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여성 청소년 선수의 부상은 예방 가능한 문제”라며 “국내 학교 체육 정책도 이번 국제 기준을 바탕으로, 제도와 교육, 훈련 시스템 전반의 성별 맞춤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동원 교수는 대한체육회 위원으로 스포츠 손상 예방과 재활, 청소년 체육 안전 정책 자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