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 본격적인 한파가 닥치면, 동상(Frostabite) 환자 발생 위험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 동상은 추위로 인해 피부와 아래 조직이 얼어 손상되는 질환으로 적절한 치료가 늦어질 경우 조직 괴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현성열 교수는 동상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혈관 손상과 조직 괴사가 동반될 수 있는 중증 외상으로, 특히 저체온증이 함께 발생할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야외 활동 많은 직업군 고위험
▲ 현 성열 교수
동상은 대표적인 동결성 한랭손상 질환으로 과거에는 군인에게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도 흔한 질환이 됐다. 특히 옥외 노동자, 노인, 노숙인,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은 동상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교수는 “빙점 이하의 온도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젖은 신발과 옷을 착용한 상태, 꽉 끼는 신발이나 의복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동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콩팥 기능 저하, 빈혈, 영양실조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동상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동상은 신체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혈액 공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 귀, 얼굴, 손, 발에서 가장 흔히 나타난다.
◆ 초기 저림도 결코 가볍게 넘기면 안 돼
동상은 손상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초기 증상인 저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동상은 단계에 따라 1도부터 4도까지 구분된다. 1도 동상은 피부가 차갑고 붉어지며 따끔거리거나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2도 동상이 되면 피부가 붉게 변하면서 물집과 부종이 생기고 통증이 심해진다. 3도 동상은 피부가 검게 변하며 조직 괴사가 발생하고, 4도 동상은 감각이 거의 없어지며 딱딱해지는 특징이 있다.
현 교수는 “동상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도 가볍게 생각하면 안되다”며 “무엇보다 동상 환자에게 몸 떨림, 말이 어눌해짐, 심한 졸림 증상이 나타난다며 저체온증이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다. 저체온증이 동반되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야외 활동 시 1시간마다 체온 회복이 중요”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는 겨울 철 동상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낮은 기온, 습하거나 바람이 강한 환경에서는 야외 활동을 최소화하고, 맨살이 차가운 금속 등과 직접 접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장갑과 모자, 통풍이 잘 되는 따뜻한 양말을 착용해야 한다. 젖은 장갑이나 양말은 즉시 교체해야 하며, 추운 날씨에 술과 담배는 혈관 수축과 탈수를 유발해 동상 위험을 높이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교수는 “야외 활동 시 1시간 마다 실내로 들어가 5~10분 정도 체온을 회복하고, 손과 발을 가볍게 움직여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며 “동상은 예방만 잘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 동상 치료의 핵심은 ‘재가온’
동상 치료의 기본 원칙은 추가 손상을 막고, 체온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우선 환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따뜻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하고, 젖거나 꽉 끼는 의복을 제거하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혀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다면 따뜻한 음료를 마시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상 부위는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고, 심장보다 약간 높게 들어올려 부기와 통증을 줄이며, 소독된 마른 거즈로 감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후 깨끗하고 따뜻한 물(40~42℃)에 10~30분간 담가 서서히 재가온한다.
현 교수는 “환자의 손상 부위에 히터, 전기담요 그리고 실외라면 모닥불 등을 이용해 환부를 직접 가열하거나 손으로 문지르는 행동은 조직 손상을 악화시키고 화상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해서는 안된다”며 “녹은 부위가 다시 얼 가능성도 있다면 재가온을 미루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고 말했다.
동상 부위의 물집은 임의로 터트리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의 처치를 받아야 치료해야 한다. 발에 물집이 동반된 경우 보행을 피해야 한다. 통증이 심할 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복용이 도움된다.
◆ 적절한 조치에도 통증 심하면 의료기관 방문 필수
동상 환자가 적절한 조치에도 통증을 호소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우선 동상 환자가 진통제를 복용하고, 체온이 유지됐음에도 통증이 심하고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도 ▲격렬한 몸 떨림이 지속될 때 ▲말이 어눌해질 때 ▲졸림 증상이 나타날 때 ▲걷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있을 때 등의 상황에서는 한랭손상일 수 있어 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하다.
현 교수는 “이러한 증상은 단순 동상을 넘어 중증 한랭손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