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모니터 사용이 일상이 된 시대,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디지털 시대 필수 영양제’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실제 의학적 근거는 광고 문구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황반변성 환자에게는 유의미하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지친 모든 눈의 피로를 해결해주는 만능 성분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눈 건강에 대한 과장된 기대와 실제 근거 사이, 지금 필요한 것은 ‘눈 영양제 신화’를 다시 점검하는 일입니다.
루테인, 무엇이고 어디에 있나
루테인은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항산화 색소로,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눈의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黃斑)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유해한 청색광(블루라이트)을 흡수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합니다. 비슷한 성분으로 지아잔틴이 있는데, 둘은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위치와 역할에 약간의 차이가 있어 함께 섭취하도록 권장합니다. 식품으로는 케일, 시금치 같은 짙은 녹색 잎채소와 계란 노른자에 풍부합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
황반변성, 근거는 있지만 대상은 한정적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의학적 근거 중 가장 탄탄한 것은 노인성 황반변성(AMD·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관련 내용입니다. 황반변성은 황반이 서서히 손상되어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선진국에서 노인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로 미국 국립안과연구소가 주도한 대규모 임상시험 AREDS2가 꼽힙니다. 4,000명 넘는 참가자를 5년간 추적한 이 연구에서,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포함한 복합 영양제를 복용한 군에서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이 줄었습니다.
이 정도의 연구라면 믿을 만한 근거로 볼 수 있으나 반드시 짚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AREDS2의 대상자는 황반변성이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연구는 황반변성이 확인된 환자에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가’를 본 것이지, 건강한 일반인이 황반변성을 ‘예방’할 수 있는가를 본 것이 아닙니다. 또한 말기 황반변성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식약처가 루테인과 지아잔틴에 대해 인정한 기능성 문구도 이 점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가 아니라,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입니다. 황반변성 소견이 이미 확인된 분들, 특히 안과 전문의로부터 보충제 복용을 권고받은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눈이 건강한 모든 사람에게 권장되는 만능 눈 영양제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한 눈 피로엔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진료실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호소, 즉 디지털 기기로 인한 눈의 피로와 건조함에는 어떨까요? 이와 관련된 근거는 황반변성보다 훨씬 약합니다. 2025년 발표된 무작위 대조시험에서 하루 6시간 이상 스크린을 사용하는 성인 70명에게 루테인·지아잔틴 또는 위약을 6개월간 복용하게 한 결과, 눈물 분비량과 눈물막 안정성 등 일부 지표는 위약군보다 나아졌지만 참가자들이 느끼는 눈의 피로감이나 시력 선명도 변화는 두 군 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검사 수치는 일부 개선됐어도 실제 피로를 덜어줄 만큼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셈입니다. 루테인·지아잔틴이 디지털 기기로 인한 눈 피로를 해결해준다는 광고 문구들은 이런 사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알아두어야 할 것들
식약처 기준으로 루테인의 하루 최대 섭취량은 20mg입니다. AREDS2에서 사용된 용량은 루테인 10mg, 지아잔틴 2mg이며, 시중에 ‘고함량’을 내세우는 제품들이 있지만, 많을수록 좋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또한 눈 영양제 중에는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을 포함한 제품들이 있는데, 흡연자가 고용량의 베타카로틴을 복용하면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물론 굳이 영양제를 먹지 않아도 됩니다. 케일, 시금치, 브로콜리, 상추, 깻잎 같은 녹색 채소는 루테인이 풍부한 식품으로, 케일 50g(쌈채소로 10장)에는 루테인 약 10mg이 들어 있습니다. 채소 외에 계란 노른자도 훌륭한 루테인 공급원입니다.
눈이 원하는 진짜 처방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황반변성 소견이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때문에 눈이 피로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의 눈 건강을 위해 루테인을 권하는 광고는 과장으로 봐야 합니다.
눈이 피로한 진짜 이유는 혹사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20법칙, 즉 20분마다 20피트(약 6미터) 이상 떨어진 곳을 20초 이상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눈을 깜빡이고, 화면 밝기를 주변 환경에 맞게 조절하고, 충분히 자는 것. 루테인 한 알보다 눈에 훨씬 나은 처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