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과 신약개발기업 핀테라퓨틱스 공동 연구팀(공동교신저자 혈액내과 조병식 교수, 핀테라퓨틱스 조현선 대표, 공동 제1저자 혈액병원 곽대훈 교수, 김보름 연구원, 핀테라퓨틱스 김혜민)이 치료가 까다로운 혈액암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에서 정상 혈액세포는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스스로 죽게 만드는 표적 치료 후보물질 PinA1의 전임상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기존에 쓰이는 다른 표적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을 때 항암 효과가 더 커진다는 사실도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와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는 재발이 잦고 치료가 쉽지 않은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서 부작용을 줄인 표적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좌측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곽대훈 교수,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조병식 교수, 김보름 연구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가 발표한 글로보칸(GLOBOCAN) 2024 추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백혈병 신규 환자는 49만 5113명, 사망은 29만 2234명으로 집계됐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이 가운데 한 유형으로, 골수에서 미성숙한 혈액세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혈액암이다. 항암제, 골수이식, 여러 표적 치료제가 쓰이고 있지만 한 번 재발하면 치료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독성은 줄이면서도 효과는 유지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개발된 PinA1은 우리 몸에서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단백질에 분해 표지를 붙여 없애는 자체 청소 시스템인 유비퀴틴-프로테아솜 시스템(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활용한다. PinA1은 분자접착분해제(Molecular Glue Degrader)로, 이 표지를 붙이는 효소 복합체를 백혈병 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단백질인 카제인키나아제 1알파(CK1α, Casein kinase 1α)에 붙여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접착제 덕분에 청소 시스템과 만난 CK1α가 표지가 붙어 빠르게 분해되어 사라지면 암세포를 스스로 사멸하게 하는 감시 단백질 p53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백혈병 세포의 증식이 멈추는 원리다. 다만 이 효과는 p53을 만드는 TP53 유전자에 변이가 없는 야생형 (Wild-type) 백혈병에서 뚜렷했고, 해당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약 2000종의 화합물을 설계하고 500종을 합성·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PinA1을 후보물질로 골랐다. 이후 환자에게서 얻은 백혈병 세포와 동물 모델로 효능과 안전성을 살폈다. PinA1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CK1α를 효과적으로 분해했고, TP53에 손상이 없는 백혈병 세포의 증식을 강하게 억제했다. 반면 정상 골수세포와 혈액세포, 조혈모세포를 포함한 건강한 혈액세포에서는 농도를 상당히 높여도 세포가 잘 죽지 않아, 정상 세포에는 해를 거의 끼치지 않는 장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치료제와 함께 쓰는 병용요법에서 효과가 커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PinA1을 FMS 유사 티로신키나아제 3(FLT3, Fms-like tyrosine kinase 3) 억제제, B세포 림프종 2(BCL-2, B-cell lymphoma 2) 억제제, 생쥐 이중 미세염색체 2(MDM2, Mouse double minute 2) 억제제 등 실제 치료에 쓰이는 표적 항암제와 함께 투여했다. 그 결과 세포 실험과 환자 유래 세포 실험 모두에서 함께 투여했을 때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단독 투여보다 뚜렷하게 늘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동물에게 이식한 백혈병 모델에서도 PinA1을 다른 치료제와 함께 투여한 군이 한 가지 약만 투여한 군보다 백혈병 세포가 더 많이 줄었고 생존 기간도 더 길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결과로, 실제 환자에서의 안전성과 효과는 앞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조병식 교수는 “정상 혈액세포에 대한 손상을 줄이면서 백혈병 세포만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표적 치료의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때 상승 효과가 나타난 만큼, 실제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공식 학술지 Cancer Research (IF 22.6)에 2026년 8월 온라인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