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임일한)의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락트산(PLA, Polylactic acid) 미세플라스틱이 입을 통해 섭취될 때보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될 때 폐에 더 오래 남고 전신 노출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분자영상 기술로 밝혀냈다.
PLA는 옥수수, 밀 등 재생 가능한 원료로 제조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식품 포장재와 의료기기, 3D 프린팅 등에 널리 활용된다. 다만 PLA는 온도와 습도, 미생물 활동 등 특정 조건이 갖춰져야 분해되는 소재여서, 조건이 다른 체내에서는 분해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PLA는 식품과 포장재를 통한 경구 노출뿐 아니라 3D 프린팅이나 플라스틱 가공 공정에서 발생하는 공기 중 입자를 통한 호흡기 노출 가능성도 함께 갖는다. 같은 입자가 두 경로로 들어왔을 때 체내 분포와 잔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하나의 실험 체계에서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김진수 박사
연구팀은 평균 지름 약 145나노미터의 구형 PLA 입자에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125(125I)를 표지하고, 생쥐에게 동일한 양을 경구 또는 기관 내 경로로 투여했다. 이후 SPECT/CT(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 영상과 장기별 방사능 분석으로 72시간 동안 체내 분포를 추적했다. 기관 내 투여는 방사성 입자가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투여량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에어로졸 흡입 대신 선택한 방식으로, 호흡기 노출 상황을 모사한 것이다.
분석 결과, 경구 투여군에서는 추적 신호가 위장관을 따라 이동하며 빠르게 감소한 반면, 기관 내 투여군에서는 폐의 신호가 72시간 후에도 지속됐다. 폐에서 PLA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생물학적 반감기)은 기관 내 투여군이 약 218시간으로, 경구 투여군(약 10.7시간)의 20배 이상이었다.
폐에 오래 머문 입자는 전신 노출로도 이어졌다. 혈중 누적 노출량(AUC)은 기관 내 투여군이 경구 투여군보다 약 2.25배 높았고, 간·신장·비장 등 주요 장기에서도 같은 경향이 관찰됐다.
반복해서 노출됐을 때 조직에 생기는 변화도 확인했다. 6주간 매일 기관에 PLA를 투여한 실험에서는 폐의 혈관 주변에 염증세포가 몰려 있었고, 염증 관련 지표(IL-6, TNF-α)도 함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입으로 투여한 쥐의 위와 장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장기에 쌓인 입자의 양과 세포가 실제로 받는 손상을 함께 따져보기 위해 TRACE(Toxicological Response And Cellular Exposure)라는 분석 방법도 새로 만들었다.
사람의 폐와 장에서 얻은 세포에 PLA 입자를 처리해 비교한 결과, 폐 세포가 장 세포보다 손상이 뚜렷했다. 폐 세포에서는 활성산소가 더 많이 생겼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도 모양이 더 크게 망가졌다. 입자가 오래 쌓이는 폐일수록 세포가 실제로 받는 손상도 컸다는 의미다.
연구팀이 동물실험 자료를 사람에게 적용해 추정한 결과, 흡입이 반복되면 폐 잔류량이 서서히 늘다가 일정 수준에서 멈췄고 플라스틱 가공 작업장 수준의 노출에서는 그 양이 실외 환경의 약 7~10배였다. 다만 이는 제한된 가정에 따른 추정으로, 인체 위해성을 직접 평가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연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도 유입 경로에 따라 체내 잔류 시간과 조직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을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환경에서 분해되는 특성만으로 인체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흡입 노출과 호흡기 영향을 함께 평가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김진수 박사는 "생분해성이라는 특성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곧바로 분해돼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섭취보다 호흡기로 들어왔을 때 폐에 더 오래 머문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안전성 평가에서는 흡입 경로를 별도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사업(RS-2024-00353966, 50462-2024)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미세플라스틱 측정 및 위해성 평가 기술개발사업'(환경부, RS-2022-KE002132),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Young Scientist+ 연구프로그램 2024'(2024YS24)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온라인 최신판(517권, 논문번호 143705)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