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은 소리 없이 진행된다.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보여도 간 속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 더불어 지방간은 지방 축적을 핵심 특징으로 하면서도, 대사 기능 장애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으로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를 얼마나 일찍, 얼마나 정확하게 포착하느냐다. 최근 POSTECH 연구진이 초음파로 간 내부 ‘핏줄 지도’를 그리는 데 성공했다. 지방간을 더 일찍, 더 정확하게 알아보는 길이 열린 것이다.
지방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 질환이다. 단순 지방 축적에서 출발해 염증과 간경화, 나아가 간암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찰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초음파 검사는 간 조직에 쌓인 지방 정도를 비교적 간편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검사자에 따라 결과 편차가 발생하고, 자기공명영상(MRI)에 비해
▲(왼쪽부터) POSTECH 김철홍·안용주 교수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POSTECH 김철홍·안용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간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혈관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초음파를 이용해 간 속 혈관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다. 마치 위성으로 도심의 교통 흐름을 살펴보듯, 내부 혈관이 막히거나 꼬이는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핵심은 초고속 도플러 영상(UFD*1) 기술이다. 이 기술은 초당 수천 장 이상의 초음파 영상으로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혈관 속 혈류까지 정밀하게 포착한다. 여기에 간 조직 지방 축적과 구조 변화를 측정하는 기존 초음파 기법을 더했다. ‘감쇠 영상(ATI*2)’과 ‘음향 구조 정량(ASQ*3)’ 기법을 더해 혈관·조직 정보를 함께 분석하는 3차원 다중 지표 초음파 영상 시스템을 완성했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8주 동안 지방간이 진행되는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 간 조직과 미세혈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3차원 영상으로 정밀하게 관찰하는 데 성공했으며, 높은 재현성과 견고성도 입증했다. 특히 지방간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혈관과 조직 지표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양상까지 확인해 치료 반응 평가와 예후 판단에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분석 결과, 혈관 지표는 간 지방증의 정도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팀은 여러 초음파 지표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통합해 종합 초음파 점수를 산출했고, 이를 통해 지방간 등급을 평균 92%의 정확도로 구분했다.
김철홍 교수는 "초고속 초음파 혈류 영상은 기존의 조직 중심 진단을 넘어, 미세혈관 변화를 진단에 직접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가치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안용주 교수는 "미세혈관 수준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조기에 감지하고 활용함으로써 정밀 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며, 여러 간 질환으로의 확장 적용도 기대된다”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POSTECH 전자전기공학과·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융합대학원 김철홍 교수, IT융합공학과·융합대학원 안용주 교수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또한,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았다.

▲지방간 질환 진단 및 모니터링을 위한 3차원 다중지표 초음파 영상 시스템 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