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감염 막는 항균 젤 개발

  • 등록 2026.03.16 16:05:04
크게보기

항균 하이드로젤, 항생제 내성 세균이 만드는 바이오필름 형성 최대 60% 억제
사람 세포에 대한 안전성 유지하며 의료기기 표면에 안정적 코팅 가능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서지원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재홍 박사 공동 연구팀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표면에 세균이 달라붙어 생기는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임기철)은 화학과 서지원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재홍 박사 공동 연구팀이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의료기기 표면에 형성하는 ‘바이오필름*’을 효과적

(왼쪽부터) GIST 화학과 서지원 교수, KIST 김재홍·박일수 박사,

    윤재원 석사, GIST 화학과 윤희웅 박사과정생

 

으로 억제하는 다기능 항균 하이드로젤(hydrogel·물처럼 부드럽게 퍼지며 표면을 코팅할 수 있는 젤 형태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항균 소재가 세균을 잘 죽이면서도 사람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기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펩토이드(peptoid)*라는 인공 단백질 유사 물질을 활용했다. 펩토이드는 자연 단백질 구조를 모방해 세균을 죽이거나 붙지 못하게 설계할 수 있으며, 젤라틴 하이드로젤 안에서 스스로 모여 나노 구조를 형성하는 자기조립(Self-assembly) 방식을 통해 살균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 바이오필름(biofilm): 세균이 의료기기나 표면에 달라붙어 스스로 만든 보호막 안에서 집단을 이루는 구조로, 약을 써도 죽기 어려워 병원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 내성균(antibiotic-resistant bacteria): 항생제에 노출되어도 생존하는 능력을 획득한 세균이다.

* 펩토이드(peptoid): 자연에서 발견되는 단백질(펩타이드)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해 만든 인공 신물질로, 세균을 죽이거나 붙는 것을 막는 기능을 갖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펩토이드를 젤라틴 하이드로젤에 결합해 병원균 억제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였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인 카테터, 스텐트, 인공관절의 표면에는 세균이 달라붙어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이 바이오필름은 세균 여러 층이 겹쳐 있는 구조로,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검사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바이오필름 안의 세균은 끈적한 보호막(EPS)* 속에 모여 있어 항생제가 침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 세균보다 항생제 내성이 강하고, 감염 치료가 훨씬 어렵다.

 

 문제는 이런 바이오필름이 의료기기 표면에서 매우 쉽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한 번 감염이 시작되면 환자의 회복이 늦어지고, 병원 전체의 감염 위험까지 높인다.

* 보호막(Extracellular Polymeric Substances, EPS): 세균이 스스로 만들어 바이오 필름 안에서 보호막 역할을 하는 끈적끈적한 물질이다.

 

연구팀은 인체에 안전하고 젤(gel) 형태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젤라틴을 기반으로, 향균 펩토이드의 분포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해 세균 살균과 부착 억제 기능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새로운 향균 표면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히 펩토이드의 양을 늘리는 대신, 젤라틴과 결합되는 비율을 조절해 펩토이드가 젤 안에서 완전히 고정되거나 일부가 뭉치는 다양한 구조를 만들었다.

 

 실험 결과, 펩토이드가 고르게 퍼진 상태에서는 세균 부착이 크게 줄면서도 살균 효과가 유지됐고, 사람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안전했다.

 

반대로 펩토이드가 지나치게 뭉친 경우에는 세균과 사람 세포 모두에 영향을 주어, 살균 효과는 나타나더라도 사람 세포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병원에서 실제 감염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을 유리·실리콘·스테인레스 표면에 붙인 뒤, 세균 부착 정도, 바이오필름 형성, 그리고 사람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최적 조건으로 제작한 하이드로젤은 두 균 모두에서 바이오필름 형성을 기존 대비 약 60% 억제했다.

 

 특히, 항균 효과는 하이드로젤 표면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나타났으며, 외부로 항균 물질이 방출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았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하이드로젤이 의료기기의 다양한 표면에 안정적으로 코팅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실제 병원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카테터나 인공관절 등 의료기기 표면에서 발생하는 감염을 줄이고, 환자가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KIST 김재홍 박사는 “이번 연구는 분자의 결합 비율만 조절해도 표면 특성을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항균 기능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 표면 설계로 확장 가능한 소재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GIST 화학과 서지원 교수는 “병원 현장에서 감염의 원인이 되는 항생제 내성균과 바이오필름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은 임상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과제”라며 “이번 연구는 항균 펩토이드와 하이드로젤 소재를 결합해 바이오필름 형성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표면 소재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GIST 화학과 서지원 교수와 KIST 김재홍 박사가 공동 지도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GIST-이노코어(InnoCORE) 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세종펠로우십 사업,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no Letters》에 2026년 2월 26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실(hgmoon@gist.ac.kr)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림] 펩토이드 비율 조절에 따른 나노구조 및 기능 변화 모식도.

 

클리닉저널 clinic321@daum.net
Copyright @2008 클리닉저널.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클리닉저널 (ClinicJournal) | [121-737]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5 (마포동 35-1) 현대빌딩 705호
Tel 02)364-3001 | Fax 02)365-7002 | 등록번호 : 서울 아 05030 | 등록일 : 2018.03.22 | 발행일 : 2018.03.22 | 발행·편집인 : 한희열 Copyright ⓒ 2008 클리닉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linic3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