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 교수)은 신경세포 간 연결 및 특성을 조절하는 핵심인자인 MDGA1의 유전자 변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일으키는 새로운 원인임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는 자폐증이 왜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단서를 제공해 큰 의미가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여와 반복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대표적인 뇌신경발달질환이다. 통상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발병 및 진단 비율이 약 3~4배가량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러한 성별 편향성의 명확한 생물학적 원인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왼쪽부터) DGIST 고재원 교수,
미국 럿거스대학 김승준 박사후연수연구원, DGIST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
이번 연구는 그 수수께끼를 풀고 자폐증이 남성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단서를 제공했다.
연구단은 스페인 국제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게서 MDGA1 미스센스(missense) 돌연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연구 결과, MDGA1 단백질은 본래 뇌 신경회로가 과도하게 흥분하지 않도록 억제해 주는 조절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을 돕는 단백질(시냅신 II)의 기능(인산화 수치)이 떨어지면서 뇌 신경회로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뇌 회로의 고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구단이 개발한 MDGA1 변이 생쥐 모델에서 수컷 생쥐는 사회적 소통 능력 저하와 같은 자폐 유사 행동을 뚜렷하게 보인 반면, 암컷 생쥐는 정상적인 행동 양상을 유지했다. 연구단은 암컷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신호전달 체계가 유전자 결손으로 인한 신경회로 이상을 방어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이 방어 원리에 착안해,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인 ‘바제독시펜(Bazedoxifene)’을 수컷 변이 생쥐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떨어졌던 신경 단백질의 기능(시냅신 II 인산화)이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이었던 초음파 발성과 깜짝 놀람 반응 등의 자폐 유사 행동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웠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새로운 유전적 요인을 밝힌 것은 물론, 성별 차이가 발생하는 분자기전을 규명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특히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인 바제독시펜이 자폐증의 새로운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향후 임상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센터장: 고재원) 소속 김승준 前박사후연수연구원(現 미국 럿거스(Rutgers) 대학 박사후연수연구원), 김현호 박사후연수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또한, 스페인 키론살루드 대학병원(Hospital Universitario Quironsalud)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하엔(Alberto Fernández-Jaén) 박사 연구팀을 포함하여 국내에서도 DGIST 엄지원 교수‧유우경 교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진영 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권석규 박사, 고려대학교 안준용 교수, KAIST 김호민 교수, 미국 콜로라도대 오원찬 교수 연구진 등이 다수 참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최상위권 국제전문학술지 ‘EMBO Molecular Medicine’에 2026년 3월 20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리더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그림 ] 자폐증의 성별 발병 차이 원리 및 약물(바제독시펜) 치료 과정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