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단순히 보기 좋지 않은 체형을 의미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비정상적 또는 과도하게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학계에서도 비만을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이는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의미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는 “비만은 200개 이상의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사망 위험도 높인다”며 “비만 치료는 외모가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의학적 개입”이라고 강조했다.
고도비만일수록 암·심혈관질환 위험도 ‘껑충’
비만이 심화될수록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진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은 2형 당뇨병 위험을 최대 9.5배, 고혈압은 5.2배까지 높인다. 이 외에도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일부 암까지도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도비만(BMI 35kg/㎡ 이상)의 경우, 신장암은 2.99배, 간암은 2.23배, 대장암은 1.3배까지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세계적으로도 연간 280만 명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으며, 심혈관질환·암·당뇨병 등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500만 명에 달한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목…무조건 투약은 금물
최근 의료계와 대중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일명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로 불리는 이 약물은, 식욕을 감소시키고 음식물의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증가시켜 체중 감소 효과를 낸다. 이 약물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승인되었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며 고도비만 치료제로 영역을 확장했다.
신 교수는 “GLP-1 계열 치료제는 현재까지 확인된 비만치료제 중 가장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며 “하지만 이 약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다이어트 약이 아니며, 사용 기준이 엄격히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대상 확인 필수…‘BMI 30 이상’ 또는 ‘비만 관련 질환’ 있을 때 사용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BMI 30kg/㎡ 이상이거나, BMI 27kg/㎡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전단계 또는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질환, 폐쇄수면무호흡 등 비만 관련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만 사용이 권장된다. 기준 외 사용은 부작용 위험을 키우고, 의학적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이 약물은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설사, 변비 등 위장관 부작용이 흔하며, 일부 환자에게는 췌장염 등 드물지만 심각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드시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 하에 사용해야 하며,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비만치료제는 '보조 수단'…기본은 생활습관 개선
무엇보다 비만치료제는 근본 치료법이 아닌 보조적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 교수는 “비만의 원인은 유전, 호르몬, 식습관, 정신건강 등 복합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약물 하나로 해결되기 어렵다”며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치료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더라도, 식습관과 활동량을 조절하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거나, 이전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진짜 ‘의학적 비만’인지 의료진과 함께 정확히 진단받고, 종합적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유행보다 과학, 광고보다 진단이 먼저
SNS나 유튜브를 통해 ‘연예인이 맞은 비만주사’, ‘한 달 10kg 감량’ 등의 홍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경고한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내 몸에 맞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비만은 단순한 외모 고민이 아닌 진단받고 관리받아야 할 질환이다. 신진영 교수는 “비만 역시 당뇨병처럼 병원을 찾아야 하는 질환”이라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비만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