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근적외선을 ‘보는’ 시대가 열렸다. 기존의 시각 복원 기술을 넘어, 인간이 가진 감각의 한계를 기술적으로 확장하는 인공망막 기술이 구현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박장웅 교수(연세대학교) 연구팀이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망막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동시에 인식할 수 있는 이식형 인공망막 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 근적외선(Near-Infrared):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빛(약 750~2,500nm).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열 정보 등을 담고 있어 야간 감시장비 등에 널리 활용.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박장웅 교수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전자소자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4월 13일 게재됐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무지개색인 가시광선(400~700nm 파장대)만 볼 수 있으며, 이보다 파장이 길고 에너지가 낮은 근적외선은 인식하지 못한다.
근적외선은 야간 투시경이나 드론의 표적 탐지 등에 쓰이는 빛으로, 이를 볼 수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하는 등 새로운 감각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의 ‘인공망막’*은 시력을 잃은 환자의 시력을 되찾아주는 복원 기술에 머물러 있었으나, 연구팀은 이를 진화시켜 시각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였다.
* 인공망막(Artificial Retina):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손상된 망막 신경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전자 장치.
연구팀은 근적외선을 감지해 전기 신호로 바꾸고 망막 신경을 자극하는 초소형 인공망막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근적외선을 잡아내는 ‘포토트랜지스터’*, 가시광선은 투과시키고 근적외선만 선별하는 ‘초박막 필터’, 그리고 안구 조직에 밀착되는 유연한 ‘3차원 액체금속 전극’**으로 구성된다.
실험 결과, 장치를 착용한 쥐가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 빛에 반응해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되어, 새로운 시각 정보가 뇌에 성공적으로 전달됨이 확인됐다.
* 포토트랜지스터(Phototransistor):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고, 그 신호를 증폭하는 반도체 소자.
** 3차원 액체금속 전극: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금속을 활용한 전극. 신축성이 뛰어나고 생체 조직과 밀착력이 좋아 신경 자극 효율이 높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력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졌던 감각을 기술로 확장하는 ‘인간 증강’*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장웅 교수는 “기존 시력과 새로운 시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가치가 높다”며, “향후 야간 감시, 국방, 의료 진단 등 다양한 분야는 물론 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신경 인터페이스 플랫폼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림1) 근적외선 감지 인공망막의 구조 및 이식 개념도

(그림2)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에 대한 망막의 반응 원리

(그림3) 마우스 실험을 통한 근적외선 감지 및 신경 자극 성능 검증 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