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희귀 퇴행성 소뇌질환인 소뇌실조증*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병리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방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혈액 내 단백질이 소뇌에 쌓이며 염증을 일으키는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난치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 소뇌실조증(Cerebellar ataxia): 소뇌의 위축이나 기능 이상으로 인해 균형 감각 상실, 보행 장애, 발음 이상 등 정교한 움직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희귀 난치성 신경질환.
▲(좌측부터)경북대학교 김상룡 교수·김세환 박사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경북대학교 김상룡 교수·김세환 박사 연구팀이 한국화학연구원 김성순 박사, 한국뇌연구원 윤종혁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소뇌실조증 환자와 동물모델에서 혈액 유래 단백질인 ‘트롬빈’과 ‘프로트롬빈 크링글-2’의 비정상적인 증가를 확인하고, 이들이 소뇌 내에 축적되어 신경염증과 세포 손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창의도전연구 및 글로벌기초연구실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면역학 및 신경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뉴로인플라메이션(Journal of Neuroinflammation; IF = 10.1)’에 4월 16일 게재됐다.
소뇌실조증은 보행 장애와 운동 조절 능력 저하가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이다. 특히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척수소뇌실조증 2형’*은 질병 진행을 근본적으로 억제할 치료법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유전적 변이에 집중해 왔으나, 초기 염증 반응이 어떻게 유발되는지에 대한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 척수소뇌실조증 2형(SCA2): ATXN2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성 소뇌실조증의 대표적 형태로, 점진적인 운동 기능 저하를 특징으로 한다.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을 넘어 ‘뇌혈관장벽’ 손상에 주목했다. 실제로 소뇌실조증 환자의 혈장 단백체 분석에서 트롬빈 및 프로트롬빈 크링글-2 단백질 증가가 확인되었으며, 척수소뇌실조증 2형 마우스 모델 실험을 통해, 외부 물질을 차단해야 할 뇌혈관장벽이 무너지면서 혈액 속 트롬빈과 프로트롬빈 크링글-2*가 소뇌로 유입되어 축적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렇게 유입된 단백질들은 뇌 속 미세아교세포 활성화, 신경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신경세포 손상과 운동 장애로 이어졌다.
* 트롬빈(thrombin) & 프로트롬빈 크링글-2(pKr-2):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들로, 뇌 내 유입 시 강력한 염증 유발 인자로 작용함.
연구진은 카페인을 투여해 뇌혈관장벽 기능을 강화하거나, 항응고제인 리바록사반을 사용해 해당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할 경우, 신경염증과 운동 장애가 유의미하게 개선됨을 입증했다. 이는 뇌혈관 보호 및 특정 혈액 단백질 제어가 소뇌실조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상룡 교수는 “이번 연구는 소뇌실조증의 악화가 뇌혈관장벽 이상 및 혈액 유래 단백질 축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향후 소뇌실조증과 연관된 조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활용 및 예방적 치료법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바이오마커(biomarker): 단백질이나 유전자 등을 통해 몸속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생화학적 지표.

(그림1) 소뇌실조증 환자 혈장 내 트롬빈·프로트롬빈 크링글-2 증가

(그림2) 척수소뇌실조증 2형(SCA2) 소뇌에서 뇌혈관장벽 손상에 따른 혈액 유래 단백질 축적과 병리 변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