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몸의 변화들이 하나둘 느껴진다. 쉽게 가시지 않는 피로감이나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숨이 차는 순간이 그렇다. 흡연자라면 이런 변화 앞에서 한 번쯤 ‘담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겨울로 접어들수록 이런 신호는 더 뚜렷해진다. 추운 환경에서는 체온 보존을 위해 피부의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전신혈관저항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은 더 높은 압력에 맞서 일을 해야 하는 상태가 되고, 그 결과 심근의 산소요구량도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흡연이 더해지면 심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은 한층 커진다.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키고 심근수축력을 증가시켜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 이 규배 교수 더욱 높인다. 특히 심부전이 있는 환자의 경우, 흡연으로 관상동맥 수축이 발생하면 이미 증가한 심근의 산소요구량에 비해 산소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 흡연으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가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까지 저하시킬 경우 심근 허혈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금연을 시작하면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를 끊은 지 20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갑상선의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을 갑상선 암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암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갑상선암 환자(진단코드 C73)수는 413,573명으로 2020년(366,145명)보다 12.9%가 증가할 만큼 지속적으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 ‘착한 암’ 혹은 ‘거북이 암’으로 불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유효한 이야기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매우 좋고 완치율도 높지만, 치료 적기를 놓쳐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목소리 변화와 같은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착한 암’이라는 인식에 기대어 방심하기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우영 교수가 말하는 갑상선 암에 대해 알아보자. ▲고려
대한민국에서 만성 신장병(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KD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신기능이 상당히 악화된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KD는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노폐물과 수분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 상태로,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신장병이라도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이어진다면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신기능 저하가 이미 이루어진 CKD 환자에게는 약물 치료를 시행하며, 이를 통해 질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말기 신장병(End-Stage Renal Disease, ESRD)으로 진행해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 이 지영 교수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잘못된 건강 정보를 접하고 실천하다 신기능이 악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CKD 환자는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자신의 신기능에 맞춰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 만성 신부전 진행을 늦추기 위한 추가 약제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이동원 교수(대한체육회 스포츠의학위원)는 지난 18일 대한체육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2025 학교체육진흥포럼’에서, 여성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 확대에 걸맞은 성별 특화 부상 예방 체계 마련의 시급성을 제기했다. 이동원 교수는 “여학생의 스포츠 참여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예방 프로그램은 여전히 남성 기준에 머물고 있다"며, "중·고등학교 시기의 해부학적 변화와 신경근 조절, 호르몬 환경을 고려한 훈련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 이동원 교수. 대한체육회 2025학교체육진흥포럼 생중계 화면. 이 교수는 특히 “방향 전환, 착지 동작이 많은 종목에 여성 청소년이 노출될 경우, 신체적 구조 변화와 맞물려 부상 위험이 예측 가능하게 증가한다”며, 이를 단순한 개인 과실이 아닌 예측 가능한 의학적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2025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여성 선수 부상 예방 국제 전문가 합의 성명서(Female Athlete Injury Prevention, FAIR)’의 내용을 근거로 한다. 세계 최초 여성 특화 부상 예방 기준 마련… 56개 실천 권고안 도출 해당 성명서는 전 세
대장내시경 검사 후 ‘용종이 있다’라는 말을 들으면 덜컥 겁부터 나기 마련이다. 혹시 암으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대장용종은 조기에 발견하면 내시경 시술로 제거할 수 있어 대장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낮다. 오히려 대장암이 되기 전에 미리 발견하여 치료한 것으로, 걱정보다는 안심하는 편이 맞다. 대장암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인 대장내시경 검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문정락 교수와 함께 알아본다. 생각보다 흔한 대장용종, 40대부터 급증 대장은 소장에서 이어지는 소화기관의 마지막 부분으로, 수분을 흡수하고 대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대장의 점막 일부가 혹처럼 돌출되는 것을 ‘용종’이라 한다. 대장용종은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하며, 특히 40대 이후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명확한 원인은 없으나 가족력이나 유전, 식습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문 정락 교수 진료사진 ‘선종성 용종’은 발견 즉시 제거해야 대장용종은 선종성 용종,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 등 다양하며 모든 용종이 위험한 것은 아니다. 이 중 ‘선종성 용종(adenoma)’은 시간이 지나면 악성 종양, 즉
날이 추워지면서 감기 환자와 더불어 기침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기침은 누구나 겪는 흔한 증상이지만, 때로는 우리 몸이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단순히 감기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엔 위험할 수도, 반대로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는 기침.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 때 병원을 찾아야 할까? 기침은 우리 몸을 지키는 파수꾼 기침은 유해 물질이 기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폐와 기관지에 쌓인 분비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정상적인 방어 작용이다. 사레가 들렸을 때 기침을 통해 이물질을 뱉어내는 상황을 떠올려 보면 된다. 즉, 기침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생리 현상이다. 기침 자체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기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음식물이나 구강 내 분비물이 기도로 넘어가 세균 감염을 일으키거나 기관지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문 지용 교수 뇌졸중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이 있거나 고령으로 인해 신체 기능이 떨어진 분들에게서 폐렴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도 바로 이 '방어적인 기침'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급성 기침 vs 만성 기침, 기간이 중요한 이유 찬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철, 손발이 차갑게 느껴지는 ‘수족냉증’으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단순 냉증을 넘어 통증과 저림이 동반되거나 손발 색 변화가 뚜렷하다면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추위와 스트레스에 민감한 말초혈관, 류마티스 질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레이노증후군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말초 혈관이 추위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축해 피가 통하지 않는 질환이다. 손과 발의 피부 색이 처음에는 하얗게 창백해졌다가 파랗게 변하고, 이후 다시 빨갛게 변하는 것이 특징이며, 저림, 냉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 “레이노증후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상완 교수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는 “레이노증후군은 기저질환 없이 나타나는 ‘일차성’과 류마티스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과 함께 나타나는 ‘이차성’으로 구분된다”며 “일차성은 합병증이 적은 편이지만, 이차성은 혈관 손상과 구조적 변화가 동반되어 심한 증상과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강조했다. 레이노증후군은 류마티스 질환을 비롯해 전신경화증, 혼합결합조직병, 전신홍반 루푸스, 쇼그렌증후군 등 자가면역질환에서 매우 흔하게 동반되어 나타난다. 정상완 교수는 “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하나둘 송년회 일정을 채워 넣고, 식탁 위는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넘쳐난다. “오늘만은 괜찮겠지”라는 방심 속에서 반복되는 폭음·폭식은 간과 위에 쉴 틈 없는 부담을 준다. 피로, 속쓰림, 더부룩함은 이미 시작된 신호일 뿐이다. 이 시기 무리한 음주는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위험을 높이고, 과식은 역류성 식도염, 급성위염이나 소화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즐거운 분위기 뒤에서 우리몸의 장기는 조용히 한계를 넘고 있다. 문제는 그 영향이 단순한 피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화불량, 속쓰림, 더부룩함은 시작에 불과하며, 간은 해독을 감당하지 못한 채 혹사당하고 위는 쉼 없이 자극받는다. 송년회 한두 번의 선택이 연말을 넘어 새해의 건강까지 흔들 수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승한 교수와 간센터 이영선 교수가 말하는 연말 송년회 폭음·폭식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질환▲ 김 승한 교수(왼쪽), 이 영선 교수 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한 접시 더의 대가… 위가 먼저 무너진다 과식이나 폭식은 위를 비정상적으로 팽창시키고 위 점막에 기계적인 자극을 가해 위산 분비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상복부 불편감, 더부룩함, 트림 증가, 소화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며, 특히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대상포진은 피부와 신경세포에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어렸을 때 앓았던 수두바이러스(Varicella Virus)가 주된 원인이다. 수두바이러스는 감염이 회복된 뒤에도 뇌신경절, 후근신경절, 자율신경계 등에 잠복 상태로 남아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에 다시 활성화되며 질환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찌릿한 신경통, 화끈거림, 피부 과민감(이질통), 물집 또는 발진 등이 있다. 다만 초기에는 발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증상을 단순한 근육통이나 피로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통증이 발생하고 4~5일이 흐르고 수포가 올라온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장 유경 교수 대상포진을 방치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이다. 신경통은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얼굴·눈·귀 주변에 발병하면 각막염, 시력 저하, 안면신경마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치료가 기본이며, 발병 후 72
시력저하를 단순한 노화로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망막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서 빛을 감지하고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조직으로, 이 부위에 손상이 생기면 중심 시야가 흐려지거나 시야 일부가 가려지는 등 심한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박리가 있으며,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안과 김유진 교수와 함께 망막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 ▲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김 유진 교수 본다. ◇번쩍임·검은점이 보이면 ‘망막박리’ 의심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벽에서 떨어지는 질환으로 치료가 늦으면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초기에는 번쩍이는 빛(광시증), 검은 점이 떠다니는 증상(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망막 열공에서 박리로 진행되면 시야 일부가 흐리게 보이거나 물결치듯 흔들리는 시야 왜곡이 나타나고, 시야가 커튼처럼 가려지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있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당뇨망막병증’ 당뇨망막병증
2025년 한 해가 저물며 연말 송년회에 따른 술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5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율은 코로나19 유행 시기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일상 회복 이후 반등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간,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은 57.1%로 절반을 넘어섰고,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는 소주(50ml)나 맥주(200ml)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의 음주를 주 2회 이상 한 ‘고위험 음주’의 비율은 12%에 달했다. 늘어나는 음주량에 피곤함을 넘어 황달 증세를 보인다면, 즉시 간 건강을 체크해봐야 한다. ▲ 천 호수 교수 이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전호수 교수는 “술은 1군 발암물질이다. 특히 고위험 음주는 단순한 간의 무리를 넘어 알코올성 지방간, 간염, 간경화, 간암 등의 간 질환과 기타 전신 질환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음주는 식도암, 후두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하고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급격히 상승시킨다. 또한,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신경 질환과 통풍 등의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간 건강이다. 알코올성
류마티스 관절염은 손가락, 손목, 어깨, 팔꿈치, 무릎 등 다양한 관절에 통증과 붓기(부종)를 일으키며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대개 양쪽 관절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관절 통증뿐 아니라 피로감, 식욕 저하, 전신 쇠약, 심하면 우울감까지 동반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 환자의 대다수가 관절이 더 굳고 쑤시는 것 같다고 통증을 호소한다”며 “류마티스 ▲겨울철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설명중인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정상완 교수 관절염과 기온 및 계절 변화 간 인과관계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기온, 기압, 일조량 변화 등이 통증을 더 심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겨울철 통증 증가에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기온과 함께 기압이 떨어지면서 관절 주변의 힘줄, 근육, 인대 조직이 미세하게 팽창하거나 긴장도가 달라져 통증이 증가할 수 있다. 둘째, 일조량 감소로 인한 감정 변화와 활동량 감소가 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상완 교수는 “겨울은 환경·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