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뛰는 신생아의 심장 박동도, 심근경색으로 인한 급격한 혈압 변화도 재현할 수 있는 심혈관 시뮬레이터가 개발됐다.
심장의 판막 구조를 모사한 정밀한 재현으로 심혈관 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경희대학교 박윤석 교수 연구팀이 인간의 대동맥 판막 구조를 모사한 생체모사형 소프트 심장 밸브*와 정밀한 자기장 제어로 복잡한 맥압 파형 구현이 가능한 고정밀 심혈관 시뮬레이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정구윤 연구원, 박윤석 교수, 유정민 연구원
* 소프트 밸브 : 유연한 고분자 구조체로 외부적 요인에 따라 개폐 동작을 부드럽게 구현하는 밸브.
**심혈관 시뮬레이터 : 심장과 혈관 내 혈류의 압력 변화 및 맥압 파형을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장치로, 인체 내 혈압 반응을 모사해 의료기기 검증, 약물 테스트, 생리학 연구 등에 활용됨.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생리학적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인체의 혈압 및 맥압 변화를 모사하는 심혈관 시뮬레이터는 이를 위한 핵심 연구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심혈관 시뮬레이터는 주로 기계식 밸브나 유압 펌프 방식으로 부피가 크고 정밀 제어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
특히 빠른 심박수, 부정맥 등과 같은 병리적 상태까지 구현하기 위해서는 응답 속도와 정밀도가 높은 밸브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대동맥 판막 구조에서 착안한 소프트 자성 밸브와 자성 심장판막을 핵심기술로 하는 심혈관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심장의 대동맥 판막은 3개의 판막엽으로 되어 있어 수축·이완기 심장 박동에 따라 혈액을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한다.
이 3엽 구조를 닮은 자성 심장판막과 소프트 자성 밸브가 외부 자기장의 세기·방향에 따라 마치 대동맥 판막처럼 자연스럽게 개폐 동작이 유도되는 시스템이다.
자성 심장판막 및 소프트 자성 밸브는 유연성과 복원력이 우수한 탄성 고분자에 네오디뮴 자기입자*를 균일하게 혼합한 복합체로 제작, 외부 자기장에 따라 형태가 변하며 밸브의 개폐 동작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게 구현했다.
인공혈관 실험에서 불과 수 밀리미터의 자기장 변화만으로도 개폐 동작을 수행하는 높은 반응성을 보였고, 밸브 응답 시간은 최대 150ms로 기존 유연 밸브보다 매우 신속한 전환 성능을 달성했다.
이 같은 성능은 심박수 300bpm의 극단적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아부터 성인의 혈압 파형을 1mmHg 이내 오차로 정밀하게 재현 가능하다.
*** 네오디뮴 자기입자: 강한 자성을 가진 희토류 금속 네오디뮴(Nd)을 기반으로 한 미세 입자로, 외부 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물리적 변형을 유도할 수 있음.
박윤석 교수는 “자기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유체의 흐름과 압력을 제어할 수 있는 이번 심혈관 시뮬레이터는 비정상적 맥압 파형까지도 세밀하게 모사할 수 있다”며, “생체모사 시스템과 의료용 시뮬레이터, 휴머노이드 로봇 심장 개발 등으로 확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4월 24일 게재되었고, 저널의 속 뒷표지(Inside Back Cover) 논문으로 선정됐다.
(그림1) 대동맥 판막 구조 생체 모방한 자성 심장판막
(그림2) 자기장에 의해 제어되는 소프트 밸브의 작동 원리
(그림3) 다양한 인체 생리·병리 상태의 맥압 파형 정밀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