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를 특정 위치에서 자르고 고치는 첨단 기술인 ‘유전자 가위 기술’이 질병 치료와 작물 개량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학교 연구팀이 개인별 DNA 차이를 고려해 유전자 가위의 부작용을 미리 예측하는 맞춤형 도구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로 환자별 맞춤 유전자 치료와 부작용 최소화가 가능한 정밀 의료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부산대학교(총장 최재원) 의생명융합공학부 박정빈 교수 연구팀은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혜란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개인별 유전체 변이를 고려해 유전자 가위의 정확한 작용 위치와 잠재적 부작용 위치를 예측하는 웹 기반 도구(Variant-aware Cas-OFFinder)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 박 정빈 교수 ▲ 김 혜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이 도구는 개인 유전체 데이터를 입력하면 맞춤형 DNA 지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가위가 정확히 작동할 위치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기존 도구들이 표준 유전체만 분석해 개인차를 반영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이 도구는 유전자 가위가 잘못 작용할 수 있는 오프타겟*을 찾아내기 위해, 표준 유전체 정보와 개인 맞춤형 유전체 정보를 함께 사용한다. 개인의 유전체 정보는 VCF 파일 형식으로 제공된다.
* 오프타겟(off-target): 유전자 가위가 원래 목표한 DNA 서열이 아닌 비의도적인 위치를 잘못 절단하거나 편집하는 현상.
- VCF(Variant Call Format) 파일은 개인의 유전체에서 표준 유전체와 다른 부분, 즉 유전적 변이를 담고 있는 파일이다. 각 개인의 유전자에서 어떤 부분이 다른지를 기록한 유전체 요약 파일이라고 보면 된다. 개발 도구는 이 VCF 파일을 분석에 활용해, 각 개인에게서만 나타나는 오프타겟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이 도구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인간 유전체와 고추 품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개인별 DNA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오프타겟 패턴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고, 기존 도구로는 발견할 수 없었던 고유한 오프타겟 위치를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도구는 557개 생물종과 40개 유전자 가위 유형을 지원해 인간 치료부터 작물 개량까지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또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료 웹 서비스(https://rgetoolkit.com/var-cas-offinder)로 제공되며, 로그인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박정빈 부산대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도구는 마치 유전자 가위를 위한 ‘맞춤형 내비게이션’과 같다”며 “개인별 DNA 특성에 맞춰 안전한 위치를 안내해 유전자 치료의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는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수학 중 연구에 참여한 공동 제1저자 아비요트 멜카무 메코넨(박사과정)과 성강(연구 당시 학사과정, 현 KAIST 석사과정) 연구원은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개개인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 신육종기술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BK21 Four 한국동남권 4차산업혁명 리더 교육사업단의 지원을 받았으며,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박정빈 교수가 교신저자, 아비요트 멜카무 메코넨과 성강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 강원대 김혜란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해당 분야 최상위 국제 저명 학술지인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온라인 5월 8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 부작용을 예측하는 맞춤형 도구의 알고리즘 개요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