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항암제 사용이 결핵을 악화시키는 면역학적 기전이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암 환자에서 결핵 감염 시 나타나는 면역 반응의 변화를 밝힘으로써, 향후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하상준 교수, 강태건 박사,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신성재 교수, 종양내과 김혜련 교수,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권기웅 교수 연구팀은 결핵균 감염 상황에서
▲(왼쪽부터) 하상준 교수, 신성재 교수, 항암제가 투여가 어떻게 결핵을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경상국립대 권기웅 교수,강태건 박사, 김혜련 교수 병리학적 기전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염성 합병증의 새로운 면역학적 기전을 제시한 것으로, 결핵 환자 치료 전략 및 항암제 임상 사용 지침 개선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IF 15.7)’에 10월 6일 게재됐다.
결핵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3대 감염질환 중 하나로, 여전히 가장 심각한 감염병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약 20억 명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결핵의 발병률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2024년 기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최근 항암제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결핵균 감염 환자에서 항암제 병용 시 발생하는 면역 이상 반응 및 결핵 악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나, 그 면역학적 병인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암 환자 중 결핵균 양성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에서 항암제 치료 후 ‘혈중 호중구 증가’와 함께 폐결핵의 급격한 악화가 관찰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임상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결핵균 감염 동물모델을 확립하고 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항암제 투여군에서 폐 조직 내 호중구 증가와 과도한 염증 반응, 결핵균의 급격한 증식이 관찰됐다. 또한 항암제 투여군에서는 결핵균 제어에 필수적인 결핵 특이적 T세포 반응이 현저히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학적 분석 결과, 항암제 투여는 결핵균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T세포의 증식과 활성화를 억제하는 반면, G-CSF(과립구집락자극인자) 신호를 매개로 골수에서 호중구-단핵구 전구세포의 과도한 증식과 폐 조직 내 침윤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면역세포 구성의 불균형은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폐결핵의 병리적 악화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T세포에서 생성되는 인터페론 감마 신호 경로가 결핵균 제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BCG 백신 접종을 통한 T세포 반응의 신속한 유도가 항암제 투여로 인한 호중구 매개 중증 염증을 완화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그림1) 이는 항암제 사용 환자에서 결핵의 발생 및 악화 위험을 예측하고,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다.
하상준 교수와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사용과 결핵 악화의 상관관계 기전이 규명됨으로써, 항암제 사용 환자의 감염 관리 지침 수립 및 결핵 환자 대상 항암제 투여 시 부작용 최소화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개인기초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방사선 이용 희귀난치질환 대응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그림. 결핵 감염 암 환자에 대한 항암제 투여 후 결핵 유발 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