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가진 역량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는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막대한 비전과 수많은 혁신 요소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제약산업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례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IR(Investor Relation) 지원사업을 추진할 예정"임을 밝혔다.
신약조합이 IR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제약업계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해서다.
조헌제 이사에 따르면 올해 한미약품은 두 차례에 걸쳐 총 13억 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틀만에 20%가 하락하는 일을 겪었다.
베링거인겔하임과의 두 번째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직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R&D 투자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이 저하된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제약사의 미래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증권가에서 매도의견을 내면서 폭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조 이사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제약사가 강점을 시장에 어필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미 수많은 개량신약을 출시한 것은 물론 다양한 신약을 개발 중에 있고, 500건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충분히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환경들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약사들이 이처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의 리스크와 실패 가능성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이사는 “이러한 부분이 시장에 반영됐으면 제약사 한 개 기업당 10조 원 이상 평가가 됐어야 한다”면서 “제약사들이 자기들의 자랑을 너무 못했다. 자신들의 자랑만 아니라 약점을 비롯해 정부에 바라는 부분까지 이상하리만치 어필을 안하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 결과 제약사의 시장가치가 적절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으로 향후 신약개발조합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 중 하나로 신약개발조합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우량 제약사를 모아 해당 기업들이 진행 중인 내용을 정례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에 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 제약사가 어떤 테마를 연구하고 있는지, 연구개발 단계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증권사 관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국민들이 제약산업에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관련 정책에도 관심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조헌제 이사는 "현재 업체들과 IR사업에 대해 타진해 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은 반반인 것 같다”며 “100%는 아니더라도 제약업계가 기업정보 공개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가치를 올리기만을 위해서가 아니므로 제약사들이 하는 내용에 대해 검증을 하면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