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여성 A씨는 몇 년 전부터 반복되는 옆구리 통증과 혈뇨가 있어 여러 병원을 방문했으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시행한 CT 검사에서 신장에 수십 개의 낭종이 발견됐고, 그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가 과거 다낭성 신장질환을 앓았다는 내력이 확인되면서 A씨 역시 유전에 의한 질환임이 밝혀졌다. 우리 몸에서 신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기능을 담당하며, 노폐물과 함께 우리 몸에 불필요한 수분과 전해질 등을 정교하게 조절해 소변으로 내보내고 있다. 또한 신장은 혈압 조절 호르몬을 생산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러한 신장에 수많은 낭종(물집)이 생기고, 낭종이 점점 커지면서 정상적인 신장 조직을 압박하고 파괴해 신장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 질환이 바로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장질환(ADPKD)’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이신아 교수 다낭성 신장질환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유전성 질환인데, 부모 중 한 명에서 폴리시스틴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PKD1,2)에 결함이 있으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상염색체 우성 다낭성 신장질환의 유병률은 1,000명당 한 명으로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 메타바이오헬스학과 김요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유전학 연구소(MPI-CBG)와 공동 연구를 통해, 사람의 간 문맥(Periportal) 영역을 몸 밖에서 정밀하게 재현하는 ‘인간 간 문맥 어셈블로이드(Assembloid)’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2월 17일 자로 게재돼 그 학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라 불리는 간은 대사 작용과 해독, 담즙 생성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그동안 과학계는 실험실에서 간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 ‘오가노이드(Organoid,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든 초소형 장기유사체)’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간 오가노이드는 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해, 실제 인체 내부의 정교한 구조와 기능을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왼쪽부터) (위) 성균관대 김요한 교수, 막스플랑크 연구소 Lei Yuan 박사, Sagarika Dawka 박사과정생, Anke Liebert 박사, Meritxell Huch
간암은 폐암, 췌장암과 함께 치료가 가장 어려운 암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국가 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9.4%로, 전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72.9%)보다 낮다. 염증과 손상으로 이미 병든 간에서 더욱 잘 발생하는 간암, 최신 치료 전략부터 예방 방법까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와 알아봤다. 1. 간암의 원인 간암은 간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만성 간질환과 지속적인 과음이다. 실제로 간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진단 시점에 이미 B·C형 간염, 간경변, 지방간 등의 간질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간질환은 복수, 출혈, 간성 혼수(의식 저하)와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어 간암 치료 과정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 2. 간암의 증상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증상이 늦게 나타나며, 이는 간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특징이다. 실제로 간암 환자의 대다수는 정기 검진 등에서 우연히 암을 발견하고, 진단 시 이미 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 밖에 간암 특이적인 증상으로는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있다. 드물게 오른쪽 윗배의 통증, 식욕부진,
키와 신체 조직 성장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장호르몬이 뇌의 기억 형성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직무대행 김영덕)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강봉균 단장 연구팀은 학습이 이뤄지는 순간과 그 직후 뇌 해마의 강하게 활성화된 신경세포에서 성장호르몬이 빠르게 생성되며, 성장호르몬이 기억을 저장하는 세포가 성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기억은 특정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된 일부 신경세포에 저장되며, 이 세포를 ‘기억저장 세포(engram cell)’라고 한다. 기억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억저장 세포의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성숙(maturation)이 필요하다. 즉 기억을 실제로 저장하고 다시 꺼낼 수 있는 기능적 상태로 전환돼야 한다. ▲(왼쪽부터) 강 봉균 단장, 김 창호 연구원, 박 효진 연구원 그러나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이 언제 시작되고 어떤 분자적 기전에 의해 조절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억저장 세포의 성숙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 변화를 이끄는 데 직접 관여하며, 세포 변화의 여부가 기억 형성의 성패를 좌우할 수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김수환 교수 연구팀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 교실 진윤희 교수, 생명공학과 조승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세포 및 조직 내 병적 스트레스 환경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나노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질환 치료에 적용 가능한 새로운 나노의학 전략을 제시했다. 생체 조직 내 질환 미세환경은 저산소 상태, 과도한 활성산소(ROS) 축적, 생리적 신호 분자의 불균형 등 복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특징지어지며, 이러한 환경은 세포 기능 저하와 조직 재생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김수환 교수(왼쪽), 최수미 석박통합과정생 기존 치료 전략은 개별 스트레스 요인을 단편적으로 완화하는 데 그쳐, 복합적으로 형성된 병적 환경을 근본적으로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김수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항산화 특성을 지닌 유기 기반 나노소재를 활용해, 세포 스트레스 환경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다기능 나노플랫폼을 설계했다. 해당 나노플랫폼은 활성산소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동시에, 세포 기능 회복과 밀접하게 연관된 생리활성 신호 조절 기능을 함께 수행하도록 구현됐다. 연구팀은 세포 실험을 통해 개발된 나노플랫폼이 산화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의료진들이 최근 개최된 국제학술대회 ‘Asian Transplant Week 2025(이하 ATW 2025)’에서 우수초록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세계 수준의 체계적 이식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의 역량을 입증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서울성모병원이 축적해온 고난도 이식 데이터와 환자 안전을 위한 시스템 혁신이 거둔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먼저 신장내과 이한비 교수는 ‘신장이식 전 HLA-DQ 공여자 특이항체의 특징과 임상적 의미’(교신저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 연구를 ▲이한비 교수(왼쪽), 박지연 코디네이터 통해 ‘Best Abstract Award (Silver)’를 수상했다. 장기이식 후 발생하는 만성 거부반응은 이식 신장의 수명을 결정짓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의학계에서는 이식 후 ‘HLA-DQ(Human Leukocyte Antigen – DQ) 항체’가 거부반응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으나, 이식 전 이미 존재하던 해당 항체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였다. 이 교수는 이식 전 단계에서 해당 항체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수술 후 거부반응 발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생들이 차세대 항암 기술 연구로 SCI(E)급 국제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대학교에 따르면,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의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생 박윤빈 학생(6학기)과 석사과정생 김상효 학생(2학기·지도교수 현훈)은 SCI(E)급 국제학술지 Theranostics(피인용지수 13.3, JCR 상위 3.3%) 2026년 1월 1일자 온라인판에 공동 제1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다기능성 근적외선 형광 조영제를 개발하고 이를 유방암 소동물 모델에 적용해, 암 조직을 표적해 영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화학요법 치료까지 가능함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이미징 기능에 국한됐던 형광 물질의 한계를 넘어, ‘Structure-Inherent Targeting and Therapy’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능성 형광 물질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저분자 형광 구조체 자체에 암 조직 표적화 기능과 치료 기능을 동시에 내재화한 것이 특징이다. 체내 주입 후 특정 암 조직을 선택적으로 찾아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종양에 도달한 형광 물질이 미리 설계된 약리 작용을 통해 항암 화학요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신경섬유종 1형은 유전자 변이로 인해 신경계와 뼈,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증상이 악화돼 환자들은 지속적인 삶의 질 저하를 겪는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일부 신경섬유종 1형에서 약물 아탈루렌의 치료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 · 김소영 연구원은 넌센스 돌연변이를 가진 신경섬유종 1형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 세포에 아탈루렌을 약물처리해 경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종양 억제 단백질의 기능이 일정 부분 회복되면서 종양 생성을 유도하는 신호 경로가 차단되고 결과적으로 종양 발생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이범희 교수·김소영 연구원 이번 연구는 휴먼스케이프(대표 장민후)로부터 희귀질환 플랫폼 ‘레어노트’의 데이터와 분석 인프라, 연구비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넌센스 돌연변이를 보유한 신경섬유종 1형 환자에게서 아탈루렌의 치료 효과를 처음으로 규명한 이번 연구는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높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의료 커뮤니케이션(MedComm, 피인용지수 10.7)’ 최신호에 게재됐다. 신경섬유종 1형(NF
가톨릭대학교(총장 최준규)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김한영 교수 연구팀이 인간 적혈구 세포막을 기반으로 비장을 표적하는 생체모사 나노면역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단순 약물 전달을 넘어 면역기관을 직접 표적하는 정밀 면역조절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염증성 장질환은 물론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다양한 만성 염증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된다. ▲(왼쪽부터) 권준 석사과정생(제1저자,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손희수 박사(제1저자, Harvard Medical School), 김한영 교수(교신저자,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이번 연구에는 가톨릭대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권준 석사과정생과 하버드 의과대학 손희수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 권위 학술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19.00)’에 12월 12일 온라인 게재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국한된 염증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비장과 같은 2차 림프기관에 염증성 면역세포가 축적되며 비장 비대와 전신 면역 불균형을 동반한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는 전신 면역을 광범위하게 억제해 감염 위험이나 장기 독
연말이 되면 평소에는 지나쳤던 몸의 변화들이 하나둘 느껴진다. 쉽게 가시지 않는 피로감이나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숨이 차는 순간이 그렇다. 흡연자라면 이런 변화 앞에서 한 번쯤 ‘담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겨울로 접어들수록 이런 신호는 더 뚜렷해진다. 추운 환경에서는 체온 보존을 위해 피부의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전신혈관저항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은 더 높은 압력에 맞서 일을 해야 하는 상태가 되고, 그 결과 심근의 산소요구량도 함께 증가한다. 여기에 흡연이 더해지면 심장과 혈관에 가해지는 부담은 한층 커진다. 니코틴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키고 심근수축력을 증가시켜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 이 규배 교수 더욱 높인다. 특히 심부전이 있는 환자의 경우, 흡연으로 관상동맥 수축이 발생하면 이미 증가한 심근의 산소요구량에 비해 산소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 흡연으로 생성되는 일산화탄소가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까지 저하시킬 경우 심근 허혈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금연을 시작하면 몸은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를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를 끊은 지 20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박진성 교수 연구팀이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류광희 교수 및 의공학연구센터 강민희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AI 기반 광학 진단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은 코로 흘러나오는 액체가 단순한 콧물인지, 뇌를 보호하는 뇌척수액인지 여부를 수 분 내에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뇌척수액(CSF)은 뇌와 척수 주변을 흐르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액체다. 하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치거나 노화, 또는 코를 통한 뇌종양 수술 등의 이유로 이 액체가 코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뇌척수액 누출’이라고 한다. 뇌척수액은 맑은 물과 같은 형태여서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콧물과 거의 똑같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단순 비염이나 감기로 착각해 방치하다가, 세균이 뇌로 침투해 뇌수막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왼쪽 위부터) 박유진 석사(성균관대), 박현준 박사(성균관대), 김우창 박사(성균관대), 강민희 박사(삼성서울병원), 류광희 교수(삼성서울병원), 박진성 교수(성균관대) 성균관대 박진성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의 산
갑상선은 목 앞부분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우리 몸의 체온을 유지하고 신체 대사 균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갑상선의 악성 종양이 생기는 질환을 갑상선 암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암환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갑상선암 환자(진단코드 C73)수는 413,573명으로 2020년(366,145명)보다 12.9%가 증가할 만큼 지속적으로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은 진행 속도가 느려 ‘착한 암’ 혹은 ‘거북이 암’으로 불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유효한 이야기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매우 좋고 완치율도 높지만, 치료 적기를 놓쳐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전이되면 수술 범위가 커지고 목소리 변화와 같은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착한 암’이라는 인식에 기대어 방심하기보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김우영 교수가 말하는 갑상선 암에 대해 알아보자. ▲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