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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S5’ 억제 아닌 간세포암에서 종양 촉진 기능 수행

GAS5 역할 변화' DNA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 기능 조절하는 ` 후성유전학적 조절’ 때문이다
“GAS5' 새로운 항암표적으로 RNA 치료제 개발 활용이나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시사
가톨릭대 의과대학 남석우 교수팀,

간암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의 새로운 역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남석우 교수(교신저자), 김상연 연구강사(공동 제1저자), 하진웅 연구원(공동 제1저자) 연구팀은 종양 억제 유전자로 잘 알려진 ‘GAS5’(Growth Arrest Spectific 5)가 간세포암(Hepatocelluar Carcinoma, HCC)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왼쪽부터) 남석우 교수 김상연 연구강사 하진웅 연구원

 

RNA에 생기는 특별한 화학 변화(m6A 변형)를 받은 RNA들 중에서, RNA의 수명을 조절하는 'IGF2BP 단백질'과 관련된 유전자 중, 그 가운데 유일하게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RNA인 GAS5가 간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GAS5는 다양한 암종에서 세포 성장을 멈추게 하고 암세포의 확산을 막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간세포암 환자의 조직에서는 역설적으로 GAS5의 발현이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암을 억제해야 할 유전자가 도리어 많이 나타난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해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빅데이터 분석과 실험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간질환 환자들의 빅데이터, 세계 유전체 데이터베이스(TCGA, ICGC 등)의 RNA 분석 자료, 다양한 실험 모델(세포 및 동물 실험 포함)을 활용했다. 그 결과, GAS5가 단순한 암 억제 유전자가 아닌, 특정 조건에서는 간암을 촉진하는 유전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GAS5의 역할 변화가 ‘후성유전학적 조절’ 때문이라는 점이다. 후성유전학이란, DNA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 기능을 조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가운데 m6A 변형은 RNA에 특정한 화학적 변형을 주어 안정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메커니즘이다.

 

연구팀은 GAS5에 m6A 변형이 생기면 RNA가 분해되지 않고 오래 살아남게 되어 이로인해 기능적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 이렇게 안정화된 GAS5는 miR-423-3p라는 작은 RNA를 흡수하면서 간접적으로 SMARCA4라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한다. SMARCA4는 세포 성장과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다.

 

이 과정은 다시 하위 유전자들의 조절로 이어지면서 간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유전자 연결망을 형성한다. 이 연결 구조는 ‘GAS5–miR-423-3p–SMARCA4 축’이라고 부르며, 단순한 유전자 상호작용을 넘어 암의 진행과 관련된 복합적인 조절 메커니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단순한 학문적 기여를 넘어 실제 치료와 진단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연구팀은 GAS5의 양을 조절하거나, miR-423-3p의 작용을 차단하거나, m6A 변형을 조절하는 효소에 주목하면 새로운 간암 치료 전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GAS5, miR-423-3p, SMARCA4는 간암의 조기 진단 마커나 예후 예측 인자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간세포암은 증상이 거의 없고, 조기 발견이 어려워 많은 환자가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는 간암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결과는 GAS5가 암 억제자인지 암 촉진자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이고 이중적인 기능을 지닌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깊다. 단일 유전자가 고정된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암의 종류, 환경, 후성유전적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남석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적 조절이 암 발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며, “GAS5가 새로운 항암표적으로서 RNA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거나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이 메커니즘이 타 암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 가능한지 규명하는 후속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mpact Factor = 12.9)에 2025년 6월호에 발표됐다. “GAS5는 억제자인가, 조력자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제 단순하지 않다. GAS5의 ‘양면성’을 밝힌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정밀화의 새로운 퍼즐 조각을 제공하며, 간암 극복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그림1 : 간세포암에서 GAS5는 miR-423-3p를 흡착해 종양 억제

유전자인 SMARCA4 mRNA와의 결합 작용을 방해해 간암 발생을 유도함.]

 

[그림 2 : GAS5와 SMARCA4의 이중 결손은 간암 생체 내

모델(in vivo)에서 종양 형성을 유의미하게 억제함을 확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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