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치명적 합병증인 ‘암 악액질(cancer cachexia)’ 을 유발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과 다런 윌리엄스(Darren R. Williams) 교수와 정다운 연구교수 연구팀이 암 악액질을 유발하는 이전에 보고되 지 않았던 세포 간 신호 전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왼쪽부터) 생명과학과 다런 윌리엄스 교수, 명하고, 이를 차단하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정다운 연구교수, 김준형 ·김현준·김선욱 박사
암 악액질은 암으로 인해 전신 대사 균형이 무너지면서 근육과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질환으로, 암이 상당히 진행된 환자의 약 80%에서 발생하며 전체 암 사 망의 20~30%와 연관된 심각한 합병증이다.
단순한 영양 부족과 달리 충분히 식사를 해도 회복되지 않는 것이 특징으로, 환자 의 체력과 면역 기능을 급격히 저하시켜 항암 치료 효과 감소와 생존율 저하로 이 어진다. 이러한 임상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암 악액질을 근본적으로 치 료할 수 있는 약물이나 명확한 치료 타깃은 확립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단서로, 암을 둘러싼 ‘종양 미세환경’에 주 목했다. 종양 미세환경은 암세포뿐 아니라 면역세포, 혈관세포, 섬유아세포 등 다양 한 세포들이 상호작용하며 형성하는 복합적인 조직 환경이다.
이 가운데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는 정상 섬유아세포가 암에 의해 변형된 세포 로, 암의 성장과 전이, 면역 회피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암 악액질, 특히 근육 소모를 유발하는 과정과 그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그동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암세포와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특 정 단백질인 ‘CXCL5’의 분비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 CXCL5가 근육 소모를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핵심 인자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지금까지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는 암의 성장과 전이, 면역 회피에 관여하는 세포로 주로 연구돼 왔으나,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분비하는 CXCL5가 암 악액 질의 핵심 원인 인자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 케모카인(chemokine): 세포가 분비하는 신호 단백질의 일종으로, 다른 세포의 이동과 기 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면역세포를 염증이나 손상 부위로 유도하는 데 관여하 며, 체내 면역 반응과 염증 조절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 환경을 반영한 실험을 통해 연구 결과의 임상적 타당성을 입 증했다.
대장암 환자로부터 직접 분리한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를 활용한 실험에서, 암세 포 배양액에 의해 활성화된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분비한 조건배양액이 근육 세포 위축을 유발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추가 분석 결과, 여러 신호 물질 가운데 CXCL5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 으며, CXCL5만 단독으로 작용하게 했을 때도 근육 위축이 유도됐다. 반대로 CXCL5의 작용을 차단하는 항체나 관련 경로를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하자 근육 위축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에게서 분리한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CXCL5를 통해 실제 암 악액질 환경에서도 근육 소모를 유발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동시에 해당 신호를 차단하면 근육 위축을 억제할 수 있어, 향후 치료 전략으로의 가능성도 제 시한다.
연구팀은 동물실험과 분자 수준 분석을 통해 CXCL5 차단의 치료 가능성도 입증했 다.
실제 환자에게서 얻은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와 암세포를 함께 이식해, 사람의 암 환경을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한 실험용 생쥐 모델에서 CXCL5의 작용을 차단한 결과, 체중 감소와 근육 위축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매달리기 시험 등 근력을 확 인하는 실험에서도 근육 기능이 회복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CXCL5가 단순한 실험 실 지표가 아니라, 실제 환자와 유사한 조건에서도 암 악액질을 유발하는 핵심 요 인이며, 이를 차단할 경우 체중 감소와 근력 저하를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 과다.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한 결과, CXCL5의 작용을 차단하면 근육이 만들어지고 유 지되는 데 중요한 신호 체계(PI3K–AKT–MyoG 신호)가 다시 활성화되고, 근육 조직 을 지탱하는 구조도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근육 위축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 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암세포와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가 CXCL5를 매개로 근 육 소모를 유발하는 새로운 악액질 발생 경로(암세포–CAF–CXCL5)를 규명하고, 이 경로가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유망한 표적임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환자 종양 조직 분석을 통해 연구 결과의 임상적 근거를 추가로 확보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민정준)에서 제공받은 환자 종양 조직을 분석한 결과, CXCL5 단백질이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를 나타내는 비멘틴*과 함께 암세포 주변 조직에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정상 대장 조직에서는 CXCL5 발현이 거의 관찰되지 않아, CAF가 실제 환자 종양 조직 내에서 CXCL5의 주요 공급원임을 입증했다.
* 비멘틴(vimentin): 세포 내부의 구조를 지지하는 중간섬유 단백질로, 주로 섬유아세포 등 간엽계 세포에서 발현된다. 정상 상태에서는 세포 형태 유지와 기계적 안정성에 기여하지만, 암 조직에 서는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표지자로 활용되며, 상피–간엽 전이(EMT)와 연관돼 암세포의 침윤과 전이, 종양 미세환경 형성 등 암의 악성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실험실 세포 실험에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와 동물 실험, 실제 환자 종양 조직 분석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암과 주변 세포가 근육 소모를 유발하는 과정을 실제 환자 상황에 가깝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CXCL5의 작용을 항체로 차단했을 때 근육 위축이 효과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암 악액질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과 향후 신약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런 윌리엄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자 유래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와 실제 종 양 조직 분석을 통해, CXCL5가 종양 미세환경에서 근육 소모를 유도하는 핵심 인 자임을 임상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다운 연구교수는 “현재 CXCL5 발현을 억제하는 약물을 발굴 중이며, 이를 통해 급격한 근육 손실을 막고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면역치료제 등과의 병용 요법을 통해 암 치료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GIST 생명과학과 다런 윌리엄스 교수가 지도하고 정다운 연구교수와 김준형·김현 준·김선욱 박사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 선도 SW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Journal of Biomedical Science)》에 2025년 12월 15일 온라인으로 게재됐으며, 관련 국내 및 국제 특허도 출원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 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센터(hgmoon@gist.ac.kr)를 통해 진행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림1] 세포 및 동물 모델에서의 CAF 유래 CXCL5 타깃 암 악액질 치료 효능 검증.

[그림2] 대장암 환자 조직 분석을 통한 임상적 검증(A) 및 암 악액질 치료 기전 모식도(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