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팀(고려대학교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 의학통계학교실 이준영 교수팀)은 마른 사람보다 적당히 비만한 사람들의 사망위험이 더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50대 이상 고령일수록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당뇨 등 각종 만성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비만이 저체중보다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본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중 30세 이상 100만명을 추출해 표본코호트를 만들어 질병과 건강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비만에 의해 유발되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사망위험률(hazard ratio: HR)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BMI(23-24.9)인 과체중을 기준으로 하여 사망위험률(Hazard Ratio)을 1로 보았을 때, 중등도비만의 사망위험률이 과체중에 비해 0.86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에 비해 BMI(<18.5)에 해당하는 저체중의 경우는 과체중보다 위험률이 2.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만성질환 발생의 원인인 비만이 오히려 사망위험률을 낮춘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보인 것이다.
김신곤 교수는 “비만하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것은 맞다. 이러한 만성질환 때문에 더 빨리 사망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본인의 질병과 건강상태에 대해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 조기에 치료하고 좋은 약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망위험률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의 비만율과 사망원인의 변화로도 분석할 수 있다. 현재 비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자연히 비만 관련 질병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계질환 사망률, 암에 의한 사망률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암에 의한 사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전체 사망률의 패턴과 일치하는 반면, 심혈관계질환에 의한 사망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것은 비만 관련 질환 및 심혈관계질환의 치료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반면, 암의 경우 많은 치료제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질량지수에 따른 사망률은 특히 연령에 따라 그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30-49세, 50-69세, 70세 이상, 총 세 그룹으로 연령대를 나누어 조사한 결과, 30-4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는 체질량지수에 따른 사망위험률이 저체중(BMI<18.5)은 1.38, 고도비만(BMI 30-32.4)은 1.39로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대조적으로 50세 이상의 경우는 BMI(23-24.9)인 과체중을 기준으로 하여 사망위험률(Hazard Ratio)을 1로 보았을 때, 중등도비만 구간(BMI 25-26.4)을 기점으로 U자 곡선을 띄고 있으며, 저체중인 경우 과체중에 비해 3배(사망위험률 2.9) 가까운 사망위험률을 보였다. 고도비만(BMI 30-32.4) 범주에서 과체중에 비해 50세 이상은 1.2배, 70세 이상은 0.81배로 낮은 사망위험률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매우 극명한 차이이다.
김신곤 교수는 “이같이 노인층에게 더욱 비만의 역설이 두드러진 것은 높은 근육의 양과 지방이 노인에게 치명적인 질환들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건강은 곧 체력이다. 적정한 정도의 체중은 좋은 영양 상태와 근육량을 반영한다. 따라서 중장년층의 경우 어느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더욱 도움이 된다. 지방이 적당량 정도 있어야 좋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며 외부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적절한 영양섭취 뿐 아니라 유연성 운동, 근력을 키우는 근력강화운동을 매일 10-15분 내외로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살을 찌우는 것이 아니라 근육량을 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public library of science에서 발간하는 PLOS one 국제의학잡지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