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난치성 신경근육병으로 인해 숨쉬기도 어려운 중증 장애를 겪고 있지만 불굴의 의지로 대학 입학과 졸업을 맞은 ‘한국의 호킹들’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소장 강성웅)는 16일 병원 3층 중강당에서 사지마비뿐만 아니라 호흡장애를 겪으면서도 학업에 정진해 대학 입학 및 졸업을 맞은 신경근육병 환자들을 축하하기 위한「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행사를 가졌다.
근육병, 루게릭병, 척수근위축증 등 신경근육계 희귀난치성질환자는 서서히 근육이 퇴화돼 사지근력이 약화된다.
때문에 평생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호흡근육이 약해짐으로써 결국은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학업을 지속하기는 물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행사는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갈 청소년 시절부터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던 환자들이 ‘호흡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새출발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입학생 5명, 졸업생 4명과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 10명 등 19명의 신경근육병 환자를 비롯해 가족과 후원단체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교수도 참석해 환자들에게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상묵 교수는 2006년 지질조사 활동 중 차량 전복사고로 전신이 마비됐으나 불굴의 의지와 재활치료를 통해 현재까지도 열정적으로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상묵 교수는 학생들에게 “어려서부터 장애로 인해 고통을 겪은 학생들에 비해 40대까지는 장애를 겪지 않은 내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은 생의 길이가 아니라 삶의 의미와 질이 중요한 것 같다 삶의 의미를 찾아 묵묵히 노력해달라”라고 격려했다.
한편, 유명 가수, 야구선수, 배우들의 격려도 눈길을 끌었다. 우선 수년째 호흡재활센터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김석훈 씨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를 맡아 행사를 진행했다. 또, 가수 포미닛, 지나, 피에스타,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 야구선수가 동영상 축하의 메시지와 김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로 보내왔다.
특히, 포미닛의 멤버인 가수 전지윤 씨는 이날 행사장에서 ‘세브란스 건강홍보대사’에 위촉됐다. 평소 근육병이나 중증재활환자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는 전지윤씨는 앞으로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의 환자들에게힘이 되도록 지속적인 봉사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부터 국내 최초로 ‘호흡재활치료’를 시행해 호흡장애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있는 강성웅 소장(재활의학과 교수)은 "신경근육질환자의 대부분이 어려서부터 사지마비로 침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며 상당수가 호흡부전으로 병원에만 누워 있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면서 “조기에 호흡재활치료를 병행한다면 몸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오늘의 주인공들처럼 꿈을 이루고, 주어진 생애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이 자리는 호흡재활환자들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우리 사회에 그들을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호흡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나와 다르다’는 일반인들의 사회적 인식이기에 호흡재활 훈련을 통해 ‘우리와 같다’는 공감대가 범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늘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한국의 호킹들’ 행사는 2012년 2월 호흡재활센터의 호흡재활 성공 500례를 기념하여 처음으로 개최됐으며,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