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타박상이나 골절 또는 수술 이후 부상이나 수술에서 회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위에 상상을 초월하는 통증이 지속된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의심해야 한다. 바람만 불어도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 불에 타는 듯한 작열감으로 악명 높은 이 질환은 단순한 신경통이 아닌 신경계의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중증 희귀 질환이다.
신경 손상 유무에 따라 나뉘는 1형과 2형
CRPS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1형(과거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은 뚜렷한 신경 손상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며, 전체 환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반면 2형(과거 작열통)은 직접적인 신경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를 말한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재헌 교수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재헌 교수는 “1형은 가벼운 염좌나 단순 골절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 예측이 어렵고, 2형은 사고나 수술 등 직접적인 신경 손상이나 외상이 원인이 된다”며 “두 유형 모두 통증이 손상 부위를 넘어 주변까지 확산되는 경향이 있으며 부종(붓기), 피부색 변화, 운동 제한 등 통증 외에 다양한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통증의 왕' CRPS, 위험 신호 체크리스트
CRPS의 고통은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통증 척도(VAS)에서 출산이나 손가락 절단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통증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통증을 느끼거나, 아주 약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과 같은 자극에도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는 ‘통각과민’이 대표적이다.
주요 증상은 ▲부상이 회복된 후에도 통증이 줄지 않고 오히려 심해짐, ▲옷깃이 닿거나 스치기만 해도 비명을 지를 정도의 극심한 통증, ▲통증 부위의 피부색이 붉거나 푸르게 변하고 온도가 수시로 변하거나 반대쪽(정상부위)와 비교해서 만져보면 온도가 높거나 낮음, ▲통증 부위에 식은땀이 나면서 축축하거나, 정상부위에 비해 땀이 나지 않으면서 건조한 경우, 또는 통증 부위가 부어 있는 양상 ▲통증부위의 털이 가늘어지거나 굵어지는 변화나 손/발톱의 변화, 피부가 얇아지거나 궤사되는 등의 병변, 또는 해당 부위의 근력이 약해지고 관절이 뻣뻣해지는 증상 등으로, 이 중 여러 가지가 동시에 발생한다면 지체 없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기 중재 시술이 완치의 열쇠
CRPS 진단은 문진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하며, 객관적인 확인을 위해 삼상골스캔검사, 근전도검사, 적외선체열촬영, 감각기능검사, 정량적발한기능검사 등을 병행한다. 치료는 약물요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신경 차단술, 케타민을 포함한 다양한 약제의 주입 요법, 척수 자극기 삽입술,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 등 적극적인 중재 시술이 필요하다.
김재헌 교수는 “CRPS는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이내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통증이 뇌에 각인되어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진다”며 “초기에 다양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통증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만성화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