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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너지는 산부인과 병원 위한 대책은 없는가?

“저희 병원이 오늘날 이렇듯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 정부시책에 너무 잘 따른 탓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인정병원 김병인 원장의 말이다. 김병인 원장은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 은평구 응암로에 의원을 개원하고, 이후 불과 7년 만에 병원으로 그 규모를 늘여 서울서북지역의 출산 및 여성질환 그리고 소아청소년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담당해 왔다.

 

이 인정병원이 병상과 인력을 감축하면서까지 오랫동안 잘나가던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서의 자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지경에 이르기까지 인정병원이 어떤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그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김병인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여러 전문병원, 특히 산부인과 전문병원들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조명해 보기로 한다.

 

현재 운영하고 계신 인정병원을 처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설립하셨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셨는지에 대해 먼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처음은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저 역시 ‘김병인산부인과의원’으로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했었지요.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91년의 일이었습니다.  의원을 개원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생각은 ‘나를 찾아와 아기를 분만한 산모는 가능하다면 폐경이 되기까지 돌보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지요. 다시 이야기하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 그러니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이 낮은 병원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나의 생각인 것이지요.

 

사실 저는 중학교 교장선생님을 지내신 아버님의 엄격한 훈육을 받고 자라서 지금까지도 제나름대로 올곧은 삶을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교육자집안 사람들이라면 느끼고 있듯이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풍족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의원 개원을 할 때도 거의 부모님의 지원은 받지 못했어요. 그런 점에서 제 스스로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어렵게 의원 문을 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개원 초기부터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 의원을 운영하는 데는 이렇다 할 만한 어려움은 겪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의원을 개원한지 불과 7년 만인 1998년에 지금의 병원건물을 새로 지어 그동안 제가 운영해온 인정병원을 개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을 개원한 후에도 경영은 비교적 잘되는 편이었지요.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1998년이면 IMF 사태로 우리나라 경제가 아주 좋지 않은 시기였지요. 다들 어렵다고 하던 그 때에 저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IMF가 터지기 바로 직전 고가의 장비를 포함해 병원 개원을 위한 여러 의료기자재를 구입한 상태여서 IMF로 인한 어려움으로부터 어느 정도 피해 갈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정병원수술실                                                                     인정병원 임상병리실

 

의원을 거쳐 병원으로 그 규모가 확장되고 이 이후에도 경영상태가 매우 좋았다고 하셨는데, 최근들어 여러 공식적인 행사에서 원장님이 ‘병원을 경영하기가 많이 힘들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제 성격 탓이겠습니다만 의료단체에 들어가 활동을 하다보니 정부의 제도나 시책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앞서서 병원인증도 받고, 전문병원으로의 전환을 서둘렀던것 같습니다. 또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남들보다 앞서 도입하고 말이지요. 잘 아시겠지만 제가 남들보다 앞서 도입한 이런 제도들 모두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다시말하면 병원의 비용 발생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들이더라고요.

 

그런데 비용발생을 높이는 이런 요인들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너무나 적어 병원 경영이 계속해서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환자가 예전처럼 많이 찾아오면 그런대로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었겠지만 잘 아시다시피 병원, 특히 산부인과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어만 가더라고요.


잘 아시지만 일반 종합병원들과는 달리 산부인과병원들의 경우는 환자들이 입원하고 퇴원을 하는 기간이 매우 짧아요. 산모가 입원을 해서 분만을 하면 대개 2박3일이 지나 퇴원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이 말은 분만환자가 많으면 괜찮지만 분만환자가 적어지면 병실이 그냥 남아돌게 된다는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병원 경영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요?
한 2년 전쯤이었던 같습니다. 다른 병원이었다면 경영이 나빠지면 필요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했겠지만 인증평가를 받고, 전문병원인 저희 병원은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우선 전문병원체제를 유지하려면 인원감축을 할 수가 없어 그에 따른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지난 1년 동안 제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 그러니까 보수가 전혀 없더라고요. 한마디로 지난 1년 동안을 무보수로 일을 한 폭이지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아 이렇게 하면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과감하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문병원을 유지하기 위한 병원인증 모두를 포기한 것이지요. 그리고는 전문병원이 요구하는 병상을 줄이기 위한 병원 리모델링을 시작해 현재 인테리어를 전면적으로 고치는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30병상 이상이면 병원체재를 유지할 수 있까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병상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줄어든 병상수를 보건소에 신고하는 순간 저희 병원은 전문병원으로서의 기준에 부합이 되지 않아 결국 탈락하게 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병원 소아과의 경우 지금까지 의사 구하는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무엇보다도 찾아 오는 환자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전문병원체재를 유지하려면 2명의 소아과 의사를 두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 병원의 상황을 볼 때 과연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현재 소아과 전문의 1명과 파트타임의사 1명으로 소아과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환시켰습니다.

 

파트타임 의사를 쓰지 않으면 그나마 1명뿐인 소아과 전문의가 단하루도 쉴 수 없기 때문이지요. 또 간호사 숫자도 많이 줄였고요. 그리고 입원환자를 조리원에서 받고, 대신 조리원 문을 닫아 그 비용으로 현재 진행 중인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말씀 중에 ‘병원 경영이 나빠진 것이 2년 전쯤’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듯 경영이 나빠지게 된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그 첫 번째는 제가 너무 성급하게 국가시책에 잘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문병원으로 전환하여 이 제도가 요구하는 인력을 배치한, 인건비가 많이 발행하는 병원구조로 바꾼 것이 그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적용할 경우 ‘간호사 몇 명에 환자 몇 명’이라는 단서가 붙게 되어 입원환자 수에 관계없이 일정 인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어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서울시에 있는 병원들의 경우 지방의 병원들과 이 적용방식에 차이가 있어 소위 서울지역의 대다수 병원들에서 ‘역차별’ 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예를들면 일산에 있는 병원들은 오히려 서울지역 병원들에 비해 경영이 잘되고 있는 편인데도 지방병원이라고 해서 가동병상에 따라 인원을 정하고 있는데 비해 서울지역 병원들은 입원환자 수와 관계없이 허가병상 기준으로 인원을 정하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역차별’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저의 병원이 전문병원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 하면 60병상 이상을  설치해야 하고, 그에  따른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안 되는 것입니다.    실제 병상가동율은 4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지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저의 병원을 전문병원체제로 전환한 것이 가장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저출산이라는 점     


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최근 통계만 보더
라도 2020년도 분만건수가 2016년에 비해 무려
32.5%가 감소했고, 이런 분만건수 감소로 인해
2021년도 우리나라 출산율이 0.81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나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젊은이들이 결혼
도 못하고, 결혼을 못하니 아기를 낳을 수도 없고
요. 결국 이런 사태가 저희같은 산부인과 전문병
원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
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지요. 제가 앞서 저희 병원
의 경영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 2년 전쯤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것이 그 2년
전이었지 않습니까?


또 전문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증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인증평가를 받으려면 감염전담간호사를 두어야 하는 등 페이퍼웍을 하는 간호사의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그 인증펑가도 다 포기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 인증평가를 포기하게 되면 인증을 받기 위해 해야 할 행정 절차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정력의 감축도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저희 병원이 오늘 날 이렇듯 고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부시책에 너무 잘 따른 탓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저희 병원이 전문병원으로 전환된 이후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얼마 되지 않는데 진료업무에 비해 쓸데없이 많은 병원인원을 늘이는, 그래서 지출비용만 크게 늘이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전혀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시는지요?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다만 내년쯤 그동안의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결혼을 미루었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잠시 잠깐 출산률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전의 안정적인 출산률을 보이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도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풍조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어떤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출산률을 높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말 가운데 ‘4비(非)’라는 말이 있는데 ‘교제도 하지 말라’, ‘결혼하지도 말라’, ‘성관계도 하지 말라’, ‘출산하지도 말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래저래 출산률을 높이기 어려운 요즘의 풍조인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산부인과 의사수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요. 산부인과를 전공하려는 수련의사들이 없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습니다만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요 몇 년 사이에 대형병원들이 세워져 문을 여는 바람에 전문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구하는 것이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병원경영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어 병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가 당직인데 사실 이 당직의사 구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저희 병원만 하더라도 며칠전 당직을 선 의사 분의 연세가 70세였는데 이분이 저희 병원에 와서 한 일이라고는 저녁식사를 한 후 외래환자 몇 명을 진료하시고, 새벽에 환자 1명을 입원시킨 후 퇴근하신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이 이 분에게 드린 일일 당직비는 65만원이었고요. 이렇게 병원들은 잘못된 법규정 때문에 출혈을 감수하면서 당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는 것이 맞는 답안이 되겠습니다만 현재 그렇지 못한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병원협회와 같은 단체가 앞장서서 문제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여야 한다고 보는데 현재의 상황은 과연 어떤지요?
회원들의 고충을 파악해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히 의료단체가 해야 할 일이지요. 그런데 의료단체들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병원협회의 경우만 해도 협회가 그동안 제 역할을 제대로 해 왔다면 여러 직능단체들이 생기지 않았겠지요. 물론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겠지만 병원협회가 회원병원들이 바라는 만큼 일을 했었다면 병원들이 또다 른 회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직능단체를 만들어 어떻게든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깁니다.


의료수가만 놓고 보더라도 의원급의 경우 그동안 제가 알기로 그 인상률이 3.0% 밑으로 떨어진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병원들의 경우는 어떤가요? 그동안 2.0%를 넘어 본적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분만 하나만 보더라도 지금은 병원에서 적용되는 수가가 오히려 의원보다 낮은 역전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설이나 인력 등 비용 면에서 훨씬 많이 소요되는 병원의 수가가 의원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어딘가 잘못된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병원협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그 어떤 행동도 보여주지 않고 있어 저희같은 중소병원들로선정말이지 답답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협회가 일을 하지 않고 있는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 회원병원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겠지요. 결국 현재 병원들이 안고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할 곳은 정부라고 봅니다. 정부에 대해 어떤 바램을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현재 산부인과병원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건강보험수가만 가지고 해결하려고 한다면 결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없으리라고 봅니다. 제 생각은 산부인과병원에 대한 지원체계를 별도로 만들어 적용을 해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어 분만병원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돌이키기 힘든 엄청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깊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봐요.


되풀이 해서 하는 말이지만 마취과 의사를 두고 있지 않은 병원들의 경우 외부에서 마취의사를 초빙하면 책정된 마취료를 지급하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산부인과 경우도 당직의사를 초빙하는 경우 그당직비를 정부가 책정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과거 하루에 여러 건의 분만을 하게 되면 그 비용으로 당직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분만건수가 크게 줄어든 지금은 당직비 그 자체가 병원들에게 크게 부담이 돼요.


그러니만큼 정부가 당직의사를 포함해 당직간호사 등 당직에 따른 비용을 포괄적으로 계산해서 적정선에서 당직비용을 책정해 산부인과, 특히 분만병원들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말이지요.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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