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스텐트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때 스텐트를 삽입한 부위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복용해야 한다.
혈관이 좁아진 부위가 해부학적으로 복잡해 치료가 어렵거나 환자가 당뇨병과 같은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의 경우,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시술 직후 고강도로 약물을 복용하는 맞춤치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하지만 고위험 환자에게 기존치료법과 맞춤치료법 중 어느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왼쪽부터)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박승정·강도윤 교수, 위성봉 전문의는 복잡한 관상동맥 스텐트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 2,018명을 대상으로 기존치료군과 맞춤치료군으로 나눠 1년간의 치료효과를 분석한 결과, 두 집단 간 사망·뇌졸중·응급재시술·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피인용지수 35.6)’에 게재됐으며,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심장 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ESC Congress 2025)’의 메인 세션 ‘핫라인’에서 발표됐다. 이번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는 4만 5천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상동맥이 좁아진 병변이 좌주간부나 분지부에 위치하거나 심한 석회화가 동반된 경우, 여러 개의 스텐트가 필요한 다혈관질환이 있거나 당뇨병·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시술이 복잡하고 시술 후 혈전 위험이 높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술 직후 고강도의 약물치료를 시행해 적극 관리하는 맞춤치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은 복잡한 관상동맥 스텐트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 2,018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시술 후 6개월간 고강도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이후 6개월간 저강도로 낮춰 치료하는 맞춤치료군 환자 1,005명과 △관상동맥 스텐트시술을 받은 이후 1년간 균일하게 표준 강도의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기존치료군 환자 1,013명으로 나누어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맞춤치료군은 6개월간 티카그렐러와 아스피린을 병용했으며, 이후 6개월간은 클레피도그렐만으로 치료했다. 기존치료군의 경우 12개월간 클레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을 병용했다.
그 결과 사망·뇌졸중·심근경색·응급재시술·출혈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이 맞춤치료군에서는 10.5%, 기존치료군에서는 8.8%로 두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망·뇌졸중·스텐트혈전증 등 주요 허혈사건 발생률은 맞춤치료군 3.9%, 기존치료군 5.0%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출혈의 경우 맞춤치료군 7.2%, 기존치료군 4.8%로 맞춤치료군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31일(일)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한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복잡한 관상동맥 스텐트시술을 받은 고위험 환자에서 최적의 약물치료법을 두고 세계적으로 논의가 지속되어왔는데, 이번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맞춤치료법이 기존치료법에 비해 임상적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아직까지 고위험 스텐트시술을 받는 환자에서 최적의 혈전치료에 대한 근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에게 최적의 약물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월 31일(일)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 메인세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박덕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