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의학원(원장 이진경)은 유상영 박사(원자력병원 산부인과)가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을 주관, 수술 후 중간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이 생존율 향상에 유의미한 통계적 이점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유명 학술지 종양학 연보(Annals of Oncology, IF=65.4) 최신 호에 게재됐다.
그동안 자궁경부암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 위험도에 따라 각기 다른 치료를 받아왔다. 고위험군 환자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병행, 중간 위험군* 환자는 방사선 단독 치료, 저위험군 환자들은 수술 후 관찰이 치료 표준이었다. 그러나 중간 위험군 환자들의 경우, 항암치료를 추가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 자궁경부암 중간위험군 분류 기준인 “Sedlis criteria”는 종양 크기, 침윤 깊이 등 다양한 인자를 조합해서 판단하는데 다소 복잡한 분류체계이다.
▲ 원자력병원 산부인과 유상영 박사
유상영 박사팀은 지난 2014년, 기존의 복잡성을 개선한 새로운 자궁경부암 중간 위험군 분류 기준인 KGOG criteria를 개발한 바 있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암 표준치료법을 주도하는 美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의 가이드라인에 인용된 바 있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유상영 박사가 이번 임상시험을 제안하고 연구책임자로 주도했으며, 美 국립암연구소(NCI)의 지원으로 美 NRG Oncology의 부인암연구회와 대한부인종양연구회(KGOG)가 공동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임상시험에는 2010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2년간 미국과 한국, 일본의 25세에서 88세 사이의 환자 총 316명이 참여했으며, 연구팀은 환자들을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과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수술 후 중간 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 시 항암화학요법을 추가하는 것이 전체 생존율을 통계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항암 부작용을 유의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무재발 생존율은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이 88.5%,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이 85.4%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3~4등급의 부작용* 발생률은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이 43%에 달한 반면, 방사선 단독 치료 그룹은 15%에 그쳐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1). 또한, 항암화학방사선요법 그룹은 치료 시작 후 일시적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 5단계 항암 부작용(CTCAE)은 美 국립암연구소(NCI)에서 개발한 것으로, 3단계(중증)의 경우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 및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수준, 4단계(생명 위협)의 경우 생명이 위협되어 즉각적인 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며 장애가 유발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항암치료 중의 부작용은 혈액학적 독성(백혈구 · 호중구 · 혈소판 감소증, 빈혈 등), 신장 독성,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을 유발하는 신경 독성, 소화기계 부작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는 중간 위험군 자궁경부암 환자의 기존 치료 프로토콜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새로운 치료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한국이 다국적 대규모 임상연구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 국제 표준 치료 지침을 재확인하고 확립했다는 점에서 한국 의학계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 이는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암 병원으로 시작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으로서 첨단 암 진료와 연구를 선도해오고 있다. 의학원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 노력을 통해 환자 중심의 의료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