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생명과 건강을 맡길 수 있는 건강보험, 의료공급자가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건강보험이 필요합니다"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은 29일 마포 병협회관 대회의실에서 취임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회무 및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최근 병원계 주요 현안인 수가협상, 3대 비급여,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협회 입장을 밝혔다.
박상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갈수록 병원계의 경영난이 심화되어 도산 지경에 이르고 있으며 의료공급체계가 붕괴되기 직전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1977년 건강보험제도가 시행된 이래 저수가․저부담․저급여가 30년 넘게 지속되고 규제일변도의 병원 정책으로 병원경영이 황폐화 되고 있다며 병원들의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최근 세월호 참사에 이은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까지 일련의 사태에서 나타난 환자 안전 문제와 의료질 향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인력 충원 및 시설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나 병원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져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에선 재투자할 자체 여력이 없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박 회장은 "시대적 명제인 환자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관들에게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병원협회의 회무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병원경영 정상화와 대국민 신뢰 회복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되, 전체 병원계의 발전 에너지를 총결집하여 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익 창출에 일조할 수 있도록 병협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병원경영합리와 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한편 건정심 구조 및 수가결정체계 등 각종 규제를 혁파해 병원을 통한 선진의료 복지를 구현할 정책대안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의료산업활성화 특위를 운영해 한국 의료산업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울러 의료행위 표준화 및 심사․평가합리화 특위를 신설해 양질의 임상질지표를 개발해 불합리한 심사평가를 바로 잡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배석한 이계융 상근부회장과 민응기 보험위원장, 고도일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3대 비급여와 수련환경개선, 수가협상 및 병원경영에 어려움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설명했다.
현재 의료계 최대 관심사인 수가협상에 대해 병협 이계융 상근부회장은 "국립대 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 등 모든 병원이 적자로 전환되었다"며 "병원경영이 정상화가 담보될 수 있는 수가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공단이 주장하고 있는 급여비 증가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증가일 뿐 실제 병원의 수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응기 병협 보험위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로서, 의사로서 돈 관련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부끄럽지만 병원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수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국내 수가협상 구조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안을 수용하느냐 안하느냐에 불과한 것으로 이같은 행태가 장기간 누적되면서 병원계를 짓눌러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개선에 따른 병원 손실분을 정부가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100%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뿌리가 튼튼한 의료복지를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다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도일 병협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중소병원은 대학병원보다 전체적인 경영상황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준하는 공적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3대 비급여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며 공공병원 중심의 시범사업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선택진료 의사수의 감소에 따른 인원 감축은 병원 내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련환경 문제 역시 언론에서 기사화된 의정협의체 참여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병협은 의정협의체에서 결정된 제3의 평가기관에는 전혀 참여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