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연구진이 세포 노화를 직접 겨냥해 당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 ‘MOTS-c’가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기능을 지켜줌으로써, 사람 췌도 세포*와 제1형·제2형 당뇨병 모델에서 혈당 조절 개선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번 성과는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사람 췌도 세포: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등을 포함하는 세포 집합체
당뇨병은 인슐린을 합성하고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 저하와 소실이 핵심 원인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베타세포가 세포 노화를 겪으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지고, 이 과정이 당뇨병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세포 노화를 직접 조절하는 치료 전략은 거의 없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팀(제1저자 공병수 박사)은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발현되는 펩타이드 MOTS-c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MOTS-c는 2007년 서울대병원과 일본 도쿄노인종합연구소의 공동 연구에서 처음 발견된 물질로, 수명과 당뇨병 발병 위험 조절과 관련된 영역에서 유래됐다. 이후 포도당 대사 조절 기능은 알려졌지만, 췌장 베타세포 노화와 당뇨병 진행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
연구팀은 사람 췌도 세포, 노화된 마우스, 그리고 제1형·제2형 당뇨병 모델 마우스를 대상으로 MOTS-c의 발현과 작용을 살펴봤다. 그 결과, 나이가 들거나 당뇨병이 발생한 췌도 세포에서는 MOTS-c 수치가 뚜렷하게 감소해 있었다. 이어 연구팀이 노화된 마우스의 췌도 세포에 MOTS-c를 투여했을 때는 세포 노화 지표(p16, γ-H2AX 등)가 줄고,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됐다.
또한 제2형 당뇨병 모델인 S961 유도 마우스(인슐린 수용체 길항제를 투여해 당뇨병을 유도한 동물 모델)에서는 대조군의 당뇨병 발병률이 2주 이내 약 70%까지 증가했지만, MOTS-c 투여군은 약 30%에 그쳐 발병이 뚜렷하게 지연됐다. 제1형 당뇨병 모델인 NOD 마우스(자가면역 반응으로 당뇨가 발생하는 동물 모델)에서도 혈당 상승 억제와 발병 지연 효과가 동일하게 확인됐다. 즉, MOTS-c는 노화, 인슐린 저항성, 자가면역 반응 등 서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당뇨병에서 공통적으로 췌장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기전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MOTS-c가 췌도 세포의 mTOR 신호 경로와 아스파르트산–글루탐산 대사 경로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두 경로는 세포 성장과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상이 생기면 세포 노화를 촉진한다. MOTS-c는 이러한 경로를 정상화해 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기능을 유지했으며, 단순히 혈당을 낮추는 기존 치료제와 달리 췌장 베타세포 노화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조영민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이번 연구는 췌도 세포 노화가 당뇨병의 중요한 병리 기전임을 다시 확인하고, 미토콘드리아 유래 펩타이드 MOTS-c가 항노화 치료제 후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MOTS-c 연구가 확대된다면 노인성 당뇨병뿐 아니라 다양한 대사질환 관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및 분자 의학(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9)’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림1] 제2형 당뇨병 모델(S961 유도 마우스)에서 MOTS-c 투여 시 당뇨병 발병률이 대조군(70%)보다 현저히 낮고, 약 30% 수준에 머물러 발병이 지연된 효과가 확인됨
[그림2] MOTS-c가 mTOR 및 아스파르트산–글루탐산 대사 경로를 조절해 췌장 베타세포 노화를 억제하고, 인슐린 기능을 보존함으로써 당뇨병 진행을 늦추는 기전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