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로불리는 전립선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산하고, 조기검진을 생활속에 자리잡게 하기 위해 매년 9월 셋째 주를 ‘전립선암 바로 알기 인식 주간’으로 지정해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이어온 대한비뇨기종양학회(회장 정병창)는 올해 10회를 맞아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립선암의 현황과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4년 중앙암등록본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0,754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7.4%를 차지하며, 남성암 발생 순위가 2021년 4위에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65세 이상 전립선암 조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416.1명에 달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한국에서 전립선암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박성우 부회장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전체 5년 상대생존율은 96%에 이르지만, 이는 조기 발견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실제로 국소 단계에서 발견될 경우 5년 생존율은 100%에 달하지만,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절반 이하인 49.6%로 떨어진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박성우 부회장(양산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암은 조기 발견 시 완치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 성과가 뛰어나지만, 전이되면 치료 성적이 급격히 나빠진다”며, “조기 진단이 환자의 생존율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성우 부회장은 “여성은 유방암·자궁경부암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기회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다. 전립선암은 국가적 관리 체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전립선암 치료는 기존의 수술이나 호르몬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병기,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밀의학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표적치료제(PARP 억제제), 방사성 리간드 치료(PSMA RLT), 면역항암제 등 혁신적인 치료법이 도입되며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주목받는 차세대 옵션은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다. PSMA-PET 검사로 암세포 위치를 정확히 진단한 뒤 방사성 동위원소를 결합해 치료까지 이어가는 방식으로 ‘유도 미사일 치료’로 불리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진행성 환자에게 생존 기간 연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 중 고위험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0년간(2010~2020년) 등록된 전립선암 환자 약 7만 1천 명을 분석한 결과, 50% 이상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으며, 이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또한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평균 진단 연령은 71세로, 60대 이상이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특히 75세 이상 환자 비중은 3분의 1에 달해 상당수가 진단 시점에서 이미 고령인 상태였다.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스스로 인지하기 어렵고,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이 때문에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에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단백질로, 암세포가 증가하면 혈중 PSA 수치가 높아진다. 간단한 혈액검사로 이뤄지는 PSA 검사는 환자 부담이 적고 접근성이 높아, 정기검진에 포함될 경우 전립선암 관리의 효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립선암은 PSA 수치, Gleason 등급, 병기를 기준으로 저위험군(PSA ≤10, Gleason ≤6, 병기 T1-T2a) ▲중간위험군(PSA >10-≤20, Gleason 7, 병기 T2b) ▲고위험군(PSA >20, Gleason 8~10, 병기 ≥T2c)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따라서 PSA 검사는 단순한 조기 진단 수단을 넘어 환자가 어느 위험군에 속하는지를 빠르게 확인해 불필요한 과잉치료를 줄이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 고영휘 편집위원장(이대비뇨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전립선암은 조기 진단 여부에 따라 치료 성과와 생존율이 극명하게 갈린다. PSA 검사는 간단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혈액검사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SA 검사를 국가 차원의 검진 프로그램에 포함해 모든 남성이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