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으로 유전성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플랫폼이 나왔다.
연세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교실 정진세 교수, 노병화 박사, 약리학교실 김형범 교수, 라무 고팔라빠(Ramu Gopalappa) 박사 연구팀이 기존 운반체에 비해 효과를 23.5배 향상시킨 유전성 난청 치료용 유전자 가위 전달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23일에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치료학회지(Molecular therapy, IF 12)에 게재됐다.
난청은 전 세계에 5억명의 환자가 있는 가장 흔한 감각기 질환 중 하나다. 선천성 난청 50% 이상은 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한다. 난청 치료법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보조기기를 활용한 청각재활법에 그친다. 하지만 난청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다.
난청 치료법으로 유전자 편집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를 교정하기 위해 귀 안으로 가위를 전달하는 방법은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바이러스를 생체에 주입했을 때 바이러스의 발현에 따른 안정성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종양 발생이나 면역반응 유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를 이용하지 않고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전달 플랫폼의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가위를 내이 안으로 넣기 위해 바이러스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 새로운 전달체는 가위 역할을 하는 Cas9 단백질과 가위를 표적 유전자로 안내하는 sgRNA를 합친 eVLP(engineered Virus Like Particles)다.
연구팀은 유전성 난청을 유발한 마우스에 개발 플랫폼을 적용했다. 7주 후 청력검사에서 약 20dB의 청력 개선이 확인됐다. 전기생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이에 존재하는 외유모세포는 소리를 증폭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정상 세포라면 세포 안팎의 전하 차이로 인해 음의 막전압이 생긴다. 이때 전압값은 -63mV다. 연구팀이 진행한 유전자 편집 치료로 막전압을 평균값 –49mV에서 –59mV까지 회복시킬 수 있었다.
치료 후에 실시한 염기서열 분석에서는 높은 유전자 편집률을 기록했다. 기존 바이러스에 태웠을 때는 편집률이 0.6%에 그쳤지만 새로운 플랫폼으로는 최대 50%, 평균 14%로 23.5배 향상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치료를 빠르게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발견했다. 성체 마우스에 투여했을 때는 치료 효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진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가 아닌 물질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기술을 귀에 적용해 청각 기능을 회복시킨 세계 첫 사례다”며 “마우스 연령별 치료 효과를 분석한 결과 질환이 심해지기 전 유전성 난청의 조기 진단 및 중재가 필요하다는 임상적 통찰을 함께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향후 인공와우 이식 등 지금의 청각재활법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밀의료기술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프] 난청 마우스 모델에 eVLP 주입 1주 및 7주 때 보인 유전자 편집률, eVLP 주입군은 1주 후(붉은색) 평균 7%, 7주 후(파란색) 평균 14%의 편집 효율을 보였다